태평양이 지구 온난화 방지-무역풍.해류 냉각펌프 기능 대기열 흡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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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수년째 계속돼온 여름철 이상 폭서를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올 여름 더위가 벌써부터 걱정이 될 수도 있다.지구온실 효과니 뭐니 하며 기상이변을 우려하는 학자들의 과학적인 분석들을 대하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최소한 지구온난화에 관한한 당분간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미국 컬럼비아대 부설 라몬트-도허티 지구과학연구소의 학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를 통해“태평양이 전지구적인 급속한 온난화를 막고있다”는 요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다시말해 태평양이 없었다면 지구온난화로 이미 세계가 기상대란에 빠져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대체 태평양이 뭐길래'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학자들은 태평양을 지구라는 엔진의 냉각장치에 비유하고 있다.이 거대한 수냉식 냉각장치가 온실효과로 덥혀진 지구대기를 식혀준다는 것이다.그렇다면 과연 태평양이란 이'수냉펌프'는 어떻게 작동하는가.원리는 여름철에 우리가 목물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를게 없다.

과학자들은 태평양의 해류와 무역풍을 예로 든다.적도근처에서는 동에서 서로 부는 무역풍의 영향으로 해류 역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때문에 동쪽에서는 바닷속의 찬물이 계속 솟아오르고 태평양은 전체적으로 동고서저(東高西低)의 해수온

도 분포를 보인다.한편 지구대기가 더워지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돼 무역풍은 한층 세차게 불게되고 이는 다시 해저의 차가운 물을 더욱 빨리 해수면쪽으로 끌어올린다.그리고 차가운 해수는 서쪽으로는 물론 남북으로 까지 퍼져나가 대기의

열을 흡수한다는 것이다.마크 케인박사는“원래 예측대로라면 지구의 대기온도는 현재보다 최소한 두배가량 더 높아져야 마땅하다”고 전제,“그러나 태평양의 이같은 냉각효과때문에 지난 한세기 동안 섭씨 0.5도 가량밖에 오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태평양의 이같은 냉각효과가 끝없이 지속될 수는 없을 것 같다.같은 연구소의 애미 클레멘트는“온난화가 계속되면 결국 해류의 흐름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이 경우 강수가 풍부했던 지역이 한발지역으로 바뀌는등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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