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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선생님’이 수채화로 그린 제자 얼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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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경윤 교사가 1학년9반 학생들 그림앞에 앉아 있다. [김상진 기자]

하얀 이를 드러내고 해맑게 웃는 모습, 만화속 주인공처럼 빛나는 얼굴 들… 경남 김해 내덕중학교 1학년 9반 교실에 가면 다양한 얼굴을 그린 펼침막이 걸려 있다. 얼굴 주인공은 반 학생 33명으로 담임 박경윤(45·미술담당)교사가 그렸다.

박 교사는 3월부터 반 학생 33명의 얼굴을 수채화로 1년간 그려 왔다.1 명씩 5~6호정도(33~33㎝)크기의 액자에 담아 15일부터 21일까지 장유문화센터서 ‘박경윤 개인전-두번째 얼굴’전을 연다. 전시회에는 내덕중학교 교사 15명과 박 교사의 가족 3명의 얼굴 등 모두 60여점이 걸린다.

그는 3월에 만난 학생들의 얼굴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 가장 밝고 개성있는 모습을 하나씩 골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반 아이들의 마음과 표정까지 소중히 기억하기 위해 캔버스 앞에서 몇번이고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죠.”

얼굴 표정도 생동감 넘치지만 배경색깔도 독특하다. 성격이 밝지만 차가워 보이는 학생은 노랑계열을 배경으로 따뜻함이 묻어나도록 했다. 배경이 초록, 노랑, 보랏빛으로 다양하다. 전시회가 끝나면 학생들 그림은 주인에게 돌려준다.

학생의 반응이 뜨겁다.

“최초로 내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를 보니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았다.”(신명창)

“얼굴에는 여드름이 많은데 초상화에는 여드름이 없어 기뻤다.”(송석민)

박교사는 반 청소를 할 때도 학생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준다. 평소 학생들의 체육시간과 방과후 활동 등 재미있는 모습을 캠코더로 찍어 둔 것이다. 학생들이 그 때를 되새기며 청소를 재미있게 하라는 배려다.

박 교사는 방과후엔 반 학생들과 농구, 축구 등 운동을 함께 한다. 주말이면 두 자녀(13, 11살)와 반 학생들을 데리고 등산을 간다. 어린이날에는 학부모들과 어울려 등산 했고 여름방학 때는 학생들을 데리고 아이스 링크를 갔다.학생들은 박 교사를 ‘아버지’라 부르고 그도 학생들을 ‘아들 000’로 부른다. 장애인 3명이 있는 학급이지만 분위기가 좋으니 ‘왕따’가 있을리 없다.꼴지를 맴돌던 학급 성적도 “이번에는 공부좀 해보자”는 박 교사의 호소에 크게 올라 학교를 놀라게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얼굴 그림을 보면서 자존감과 주변의 사랑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성장하기를 바랄뿐이지요.”

박 교사가 얼굴 그림전을 여는 이유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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