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월드] 부패 정치인 뒤엔 부패한 부인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앵커: 지구촌 소식을 중앙일보 국제부문 기자들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생생 월드’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지영 기자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주 주지사 체포>

앵커: 오늘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상원의원직을 돈을 받고 팔려다 붙잡힌 일리노이주 주지사 얘기를 전해주신다고요.

기자: 네. 요즘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이 사건의 주인공은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주 주지사입니다. 연방 검찰은 한달 동안 전화 감청 수사를 한 끝에 그를 비서실장과 함께 자택에서 체포했습니다. 그는 상원의원직을 가리켜 “이건 황금”이라며, “내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하면 내가 차지하겠다. 돈 벌길 원한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패 정치인 뒤엔 부추긴 부인 있었다>

앵커: 발언 내용이 적나라하군요. 그는 왜 이렇게 매관 매직에 집착했나요.

기자: 땅에 떨어진 도덕성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부인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편의 범죄 행위를 부추겼다는 점에서 부인 패티 블라고예비치는 마치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에 나오는 ‘맥베스의 부인’을 연상케 합니다. 패티는 지난달 10일 남편이 측근들과 한 매관매직 회의에도 직접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블라고예비치는 “아내의 부동산 중개업 면허는 상원의원 직을 팔아 돈을 버는 협상에 유용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패티가 연봉이 10만 달러인 기업 이사직을 차지하면 가정 형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앵커: 패티가 매관매직에 간여한 것 이외에 또 어떤 일을 저질렀나요.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 해고 종용>

기자: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의 해고를 종용하는 데도 열심이었습니다. 시카고 트리뷴을 소유한 트리뷴 컴퍼니가 시카고 컵스 구장 ‘리글리 필드’ 매각과 관련, 주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자 패티는 뒤에서 '빌어먹을' 같은 저속한 말을 쓰며 언론인을 자르기 전까지는 지원을 보류하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트리뷴 컴퍼니는 이 같은 압력을 거부하다가 끝내 며칠 전 파산보호 신청을 냈습니다.

<부동산 중개 고객 대부분 남편과 연관>

앵커: 대단한 부인이군요. 시카고 트리뷴은 어떤 보도를 했길래 패티의 미움을 사게 된 것입니까.

기자: 2000년 블라고예비치가 주지사 선거운동을 시작한 이후 패티가 몇가지 부동산 거래를 통해 70만 달러를 챙겼다는 보도였습니다. 또 패티의 고객 중 4분의 3이 남편의 일과 관련돼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패티가 이렇게 치맛바람을 일으킨 데는 남편을 정치에 입문시킨 것이 시카고 시의회 의원이자 민주당 간부였던 장인 리처드 멜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사건이 버락 오바마 당선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오바마에게도 부담으로 작용>

기자: 오바마는 후임자 임명과 관련해 블라고예비치와 관련해 접촉한 적이 없다면서 그에게 사퇴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에서 고위 정치인들이 잇따라 부패 혐의로 붙잡히는 바람에 '부패한 주'라는 이미지가 강해진 것이 부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생생 월드’ 오늘은 국제부 최지영 기자로부터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매관매직 스캔들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최 기자, 감사합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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