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내각제 논의-여야 일부선 개헌 필요성에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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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심심하면 불거지는 내각제 개헌.과연 성사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정략 차원에서 한번 띄워보는 것인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한치앞을 점치기 어려운 대선 정국이다 보니 내각제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권은 곧바로 정계재편까지로 이어지는 숱한 그림을 그렸다 지우곤 한다.이번 내각제 개헌 논의는 4일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단초를 제공했다.“국민이 내각제

를 원하면 할 수 있다”며 개헌 시기를 모호하게 흐린 새 그림을 들고 나왔다.

여야 정파마다 金총재의 진의를 분석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응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내각제 외길로 달려온 자민련쪽은 당장 반색이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퇴임 1년을 앞둔 신한국당쪽은 정파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현재까지 3金과 3당의 내각제에 대한 그림은 판이하다.덩치가 작은 정당부터 풀어나가면 김종필(金鍾泌)총재는 내각제의 상수(常數)다.그는 내각제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이다.신한국당은 다양하다.일부는 분명 내

각제를 찬성하고 있다.김윤환(金潤煥)고문을 중심으로 하는 민정계 그룹이 대표적인 경우다.민주계에서도 일부 대선 주자를 제외한 상당수는 현재의 우세한 세력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각제에 긍정적이다.

金대통령의 최측근에서도 퇴임을 1년 앞두고 내각제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은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회창(李會昌).박찬종(朴燦鍾)고문등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한 영입파와 초선 상당수는 반대론자로 꼽히고 있다.크게 보면 당내파와 영입파간 생각이 다른 셈이다.

신한국당내 내각제론자들은 특히 연내 개헌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개헌을 한다면 金대통령의 임기전,구체적으로 여권의 새 대선후보가 결정되기 전 단행하는게 가능성과 정치적 실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내각제 지지자도 여권이 먼저 내각제를 공언,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쪽이다.그런 식으로 추진해선 가능하지도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신한국당 민주.민정계와 자민련의 주도만으로 연내 내각제 개헌이 추진될 경우 김대중총재

와 여권내 영입파 대선 주자들의 연대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신한국당내 내각제론자들도 김대중총재가 내각제 시기에 대해 좀더 선명한 입장을 밝힌뒤 본격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YS와 신한국당의 당내파 중진들이 그리는 내각제와 DJ가 그리는 내각제는 다르다.신한국당 인사들은 권력 유지를 위해서,DJ는 정권 획득을 위해서 내각제를 그리고 있다.추진 시기도 현재까지는 대선 전과 후로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여야 내부에서는 정치의 불안정성 해소와 안정적 정권 창출을 명분으로 여야 주류가 연합하는 내각제 정권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들은 대부분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연결짓는 정략적 냄새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원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선 정국의 초입에서 현재의 내각제 논의가 한때의 계절풍인지,구조적 변화를 몰고올지는 향후 2~3개월간이 결정적 시기로 보인다. 〈김교준.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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