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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산책] 세계경제위기 속 중국의 역할 3가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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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일본 도쿄에서는 중일경제포럼이 열렸습니다.

1984년 후야오방 당시 중국 총서기가 제창해 열게 된 것으로,
중국 인민일보와 일본경제신문 양사가 공동 주최하는 포럼입니다.

2년 마다 열리는 포럼으로 올해 제12차 행사입니다.
금년의 주제로는 '세계 틀 속의 중일 전략호혜 관계'를 내걸었더군요.

포럼에서 눈 길을 끈 것은
중국의 륭융투 보아오아시아포럼 비서장의 기조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현재 세계를 덮친 경제 위기 한파 속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로 세 가지를 거론했습니다.

맨날 "중국금융 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노래하던
미국 금융계가 먼저 박살이 난 지금,
다들 구세주로 중국을 보고 있는 참이라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지요.

륭 비서장은
중국은 국내자본이 풍부하고 은행시스템이 안정돼 있어,
일본은 이미 여러차례 경제위기에 충분히 단련이 돼 있는 상태라
큰 문제는 없지만, 실물경제에는 슬슬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운을 떼더군요.

이어 이같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직면해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로 세 가지가 있다는 소신을 피력했습니다.
소신이라고 하지만 중국 당국과 충분히 조율된 내용이라고 생각되지요.

첫째는 중국은 자기 일부터 잘 처리하겠다는 것입니다.
말인즉슨 예전과 마찬가지로 우선 중국경제성장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성장=세계에 안정적 시장 제공"이라는 논리를 폅니다.

통화정책도 긴축에서 완화로 바꿔 8% 이상 성장은 하겠다고 말합니다.
성장 유지, 내수 확대, 구조 조정이란 3박자 정책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군요.

둘째는 세계거시경제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EU, 일본이 금리를 인하하자 중국도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것이지요.
중국이 서방의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관심을 끈 달러화 대비 위안화 절하에 대해선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계속적인 절하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는군요.

세째, 중국은 일본은 물론 기타 아시아 국가들과
공동으로 금융위기에 대처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네요.

사람들은 '산 하나에 호랑이 두 마리가 있을 수 없다(一山不容二虎)'며
아시아의 경제 패권을 놓고 마치 중일이 각축을 벌일 것처럼 얘기하지만,
아시아에는 2~4개의 경제대국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룽 비서장은 주장합니다.

결국 세계 각국과 협조해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겠지만
우선은 중국의 성장이 중요하고, 그런 중국의 성장을 위해
아시아 각국과의 협조를 바란다는 것으로 중국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군요

헌데 룽 비서장이 말하는 아시아의 2~4개 경제대국 중 하나로
당연히 우리가 끼어야 할 텐데,
최근엔 그런 말이 사치로 들릴만큼 우리 현실이 어려운지라 절로 썰렁한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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