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사단 월드컵 원정경기 성공-4월말 재복귀시 포지션 달라 혼란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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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차범근사단이 98프랑스월드컵축구대회를 향한 첫 원정을 성공리에 마쳤다.

홍콩.태국을 약체라고 믿어온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2-0,3-1승리가 결코'충분한'것은 아니다.그러나 아시아 최초 4연속 본선진출에 반드시'필요한'길목이었다.

이번 원정은 몇가지 점에서 위안과 걱정을 동시에 남겼다.우선 선수들이 위기를 체감하고 보다 열심히 뛰려는 자세를 보이는등 정신력변화는 나름대로 소득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훈련을 게을리하거나 엉뚱한 물의를 일으킨 사례가 차범근감독 취임이후 단 한건도 없었다.축구대표팀의 과거행적으로 볼 때 고무적인 변화다.

코칭스태프와 선수,선수상호간 보이지 않는 갈등도 말끔히 사라졌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차감독이 장기적 안목에서 기용한 고종수.이상헌등 6명의 새 태극전사들이 두게임만에 변화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괄목할만한 일이다.

신예들의 성장은 또'당연직 태극마크'로 알고있던 선배들을 자극,태국전에서 이들이 전에없이 열심히 뛰도록 만든 요인이기도 했다.그러나 이번 원정은 현재의 전력만으론 아시아 최종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던져줬다.

황선홍같은 스트라이커가 빠진 공격진은 골 결정력에서 허전함을 드러냈고 수비라인도 안정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다.미드필더들의 공.수 조율도 매끄럽다는 평을 듣기까지엔 어지간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돼야 할 것같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표팀 해체이후의 관리다.이번 선수단은 귀국 즉시 차감독의 손을 떠났다가 4월말 재소집된다.그동안 대표로서의 관리가 전혀 안되는 게 문제다.

특히 대표팀의 포메이션.포지션과 소속팀의 그것이 서로 달라 혼선을 빚는다.예컨대 대표팀에서는 변형 3-5-2시스템의 왼쪽날개를 맡는 선수가 소속팀에서는 4-4-2시스템의 스트라이커로 뛴다든지 하는 예가 많다.대표팀 수비수가 소속팀

골게터로 활약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국가대표중 가끔 자기 포지션을 망각하고 상대문전을 어슬렁거리는 경우는 이때문에 생긴 폐단이다.

네덜란드등 축구선진국들은 물론 이웃 일본에서도 대표선수의 포지션은 소속팀에서 그대로 인정,'평소관리'가 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참고할만한 대목이다. [방콕=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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