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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소소위 밤새 줄다리기 … 이한구 “합의 안 되면 직권상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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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가 합의한 예산 처리 시한(12일)을 이틀 남긴 10일 밤 국회 예산안조정소위가 결국 문을 걸어 잠갔다. 소위 내 소위(小小委)를 구성, 마지막 증감을 논의키로 한 것이다. 막판 초읽기에 몰릴 때마다 하던 일이다. 이한구 예결위원장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 기자들에게 “바로 소소위가 비공개로 가동될 것”이라며 “내일 아침 옥동자가 탄생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서 모든 것을 끝낼 것”이라며 “소소위에서 합의가 안 되면 내가 (예결위에) 직권상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11일까지 끝내겠다는 의지였다. 소위 전체회의도 오후 2시로 소집했다.

소소위원으로 한나라당에선 이사철·권경석·김광림 의원, 민주당에선 우제창·조영택 의원, 자유선진당에선 류근찬 의원이 뽑혔다. 류 의원은 빠진 줄 알았다 뒤늦게 포함된 사실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들은 밤새 마지막 넣고 빼는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저녁 무렵까지는 파행과 속개를 계속했다. 막판 쟁점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때문이다. 전국에 산재한 국도 건설 및 보수와 관련된 신규 사업 27개 730억원이 문제가 됐다.

쌀 직불금 국정조사 특위가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 등의 증인 채택 문제로 난항을 겪으며 16일로 예정된 청문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10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과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왼쪽부터)이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오후 심의 시작과 동시에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730억원을 넣는 순간 계속 사업이 되면 (총사업비가) 5조원이 넘게 된다”(우제창)는 이유였다. 곧 “신규 사업은 하지 말자는 얘기냐”(한나라당 이정현), “어떤 지역은 십수 년을 기다려 10억, 15억원 넣는 사업인데 이걸 무 자르듯 자르느냐”(자유선진당 류근찬)는 반론이 나왔다.

논쟁 과정에서 가족 살림살이 비유도 나왔다. 우 의원이 “SOC 사업은 큰딸 학비냐 둘째 딸 생일 선물이냐는 (재정) 선택의 문제”라고 하자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이 “가족이 다 굶게 된 상황에 아버지가 빚이라도 내서 살 방법을 찾아야지, 자식에게 빚을 물려줄까 봐 방에 앉아 눈물만 흘려서야 되겠느냐”고 맞섰다.


논란 끝에 이한구 위원장이 “정부 원안대로 의결하겠다”며 처리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 의원들이 “재정 파탄을 막자는 야당의 고언을 무시한 처사”라며 일제히 퇴장했다. 직후 소위는 포항~안동 국도 건설 사업, 대운하 추진 논란을 빚었던 하천 정비 사업 등 10여 개 사업을 정부 원안대로 결정했다. 한동안 심의가 공전되자 김형오 국회의장이 배수진을 쳤다. 그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여야 합의대로 12일에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만일 여의치 않으면 의장의 모든 권한을 사용하겠다”고 압박했다. 김 의장은 또 민주노동당의 반발로 처리가 무산된 각종 세법 개정안에 대해 11일 자정까지로 심사 기일을 지정했다. 12일엔 직권상정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한편 여야는 방위사업청 예산 2조1980억여원 중 1710억여원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차기 전차 도입을 위한 흑표 사업이 73억원 감액된 것을 포함, 전방부대 기계화 사단화를 위한 오뚝이 사업과 K-21보병전투장갑차 사업이 200억원씩 삭감됐다.

◆교육세법 폐지안 처리 늦추기로=한나라당은 야당과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교육세법 폐지법안의 처리를 늦추기로 했다.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육세 폐지법안 적용이 2010년부터이기 때문에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며 “내년 2월 이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장혁·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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