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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전환사채 발행제한.주주제안권 도입따라 소액주주 경영감시 더 쉬어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화그룹은 지난 13일 열린 한화종금 임시주총에서 2대주주 박의송(朴宜松)씨를 누르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한화의 결정타는 사모전환사채(CB)라는 요술방망이.대주주에 우호적인 몇몇 개인이나 법인에 언제라도 주식전환이 가능한 사채

를 팔아 우호적 지분은 늘리고 적대적 지분은 희석시키는 방법이다.

사모전환사채는 발행 다음날 증권감독원에 신고,효력이 발생하고 바로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대주주 입장에서 손쉬운 경영권 방어방법이다.따라서 올들어 한화종금을 시작으로 지난 17일까지 불과 한달여만에 8개 상장사가 총1천3

백18억5천만원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해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표 참조>

그러나 전환사채의 발행은 필연적으로 소수주주의 지분율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상법은 제3자에게 배정할 경우 출석주주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주총 특별결의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회사가 불공정한 방법으로 주식을 발행함으로써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주주는 발행유지(留止)를 청구할 수 있다.비슷한 경우인 공개매수에 있어서도 개정 증권거래법 시행령은 회사가 중립적인 입장에 있도록 하기 위해 매수

기간중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한화종금이 일단 발행한 전환사채의 전환주식 의결권을 인정한 것은'거래안전의 보호'를 우선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이 판결후 朴씨가 제기한 한화종금의 사모전환사채 추가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을 19일 이유 있다고 받아들인 것과 미도파를 상대로 한 비슷한 소송에서'경영권 분쟁이 있는 기업의 사모전환사채 발행은 불공정 거래 소지

가 있는 것'으로 보고 불허한 것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모전환사채 발행이 앞으론 어려울 전망이다.다만 별도의 규제가 없는한 세우포리머처럼 경영권을 비상장기업(보성어패럴)에 양도하는등 변칙적으로 활용될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적대적 M&A에서 공격.방어가 과열되면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실제로 한화종금의 경우 양측이 수백억원씩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M&A천국이라 일컫는 미국이라고 해서 적대적 M&A의

폐해가 없는 것이 아닌

데도 M&A가 번창한 것은 기업경영의 비효율을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M&A를 옹호하는 이들은 공격자의 인수동기.경영능력등은 시장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한다.경영권 방어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도

시장이기 때문에 단지 필요한 것은 공정한 게임룰이라고 주장한다.어느

일방 특히 소수주주가 부당

하게 대우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 증권거래법 시행령이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공개매수에 제동을

걸면서 다른 한편으론 소수주주권을 강화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이사와

감사에 대한 대표소송제기,해임.위법행위 중지청구(개인비리)와

주총소집,장부열람청구(기업비리)등이

그만큼 쉬워진 것이다.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이 현행 지분율 5%이상에서

오는 4월부터는 기업비리관련사항일 경우 지분율 3% 또는

30만주이상,개인비리는 1% 또는 10만주이상으로 완화된다.이같은

소수주주권은 2인이상 합동행사도 가능해

소수주주들의 경영감시활동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제안권을 도입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지금까지 이사회가 독점해온

주총안건 제안권을 소수주주에게도 부여한 것이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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