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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살리자>中.위기를 기회로-위기극복 한마음 노사모두 일보후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22일 오전 서울문래동 LG전자 노조본부 사무실.

구자홍(具滋洪)LG전자 사장과 나찬경(羅燦璟)위원장을 비롯한 노사(勞使)고위관계자 10여명이 모여 회사경영에 대해 가슴을 터놓고 얘기했다.

이날 具사장이 어려운 경영상황을 설명하자 노조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또 羅위원장은 경영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具사장은 적절한 범위안에서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LG전자는 최근 회사측이“개정 노동법에 연연하지 않고 기존 근로조건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고,노조측은“회사 살리기에 노조도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LG전자 한만진(韓萬珍.이사)노경실장은“올해 노사관계는 고용안정이 최우선이다.근로자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성무용(成武鏞)노조사무국장도“회사측의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다.특히 경쟁사에서 임금동결까지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무조건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할 순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임금안정보다 고용안정이 우선”“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일보후퇴”“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최근 경영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노사가 손을 맞잡는 사업장이 늘고있다.

기업.근로자 모두 위기인 상황에서 근로자도 살고 기업도 살자는 이른바'상생(相生)'의 해법이다.

이와관련,현재 재계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인상은 억제하겠다”는 것.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에서 올해 임금총액을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관계기사 1면〉

전경련이 올해 주요사업계획으로 채택했던'총액임금동결'을 합의한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0대 그룹 인사.노무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올해 노사관계에 대한 전망을 설문조사해 26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노조가 가장 중점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이'고용안정'(22.4%)이었다.

올해 노사관계 전망에선 응답자의 91.7%가 지난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조남홍(趙南弘)경총 상임부회장은“올 임.단협에서 근로자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임금인상 요구보다 고용안정등의 요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올해 노조가 먼저 임금동결을 선언했다.동국제강은 지난해 3백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동국제강은 올해말 준공예정인 중후판 중대형 형강공장(포항)에 무려 1조원을 투입해야되기 때문에 노조에서 앞장서서 임금을 동결키로 했다.노사 모두'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일보후퇴'라고 입을 모은다.

서복호(徐福鎬)노조위원장은“당초 9월에 포항공장에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자금부족으로 3~5개월이 연기될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살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기아특수강 노조간부 4명은 지난주 경인.경남지역의 거래처 13곳을 잇따라 방문했다.기아에서 납품하는 제품의 서비스 상태와 거래처의 애로 사항을 듣고 생산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회사 관계자는“한보 부도로 철강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어 회사의 어려움을 노조가 이해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노조간부들이 거래처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만도기계 노조원들도 파업으로 생산차질액이 5백억원에 달하자 근무시간을 연장하고 자사 에어컨제품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회사측은 직원들이 소개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2%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외국의 사례=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고 고용보장을 지난방안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구조조정상 남는 인력은 배치전환 교육.재취업지원 등을 통해 변화된 환경과 직무,새로운 직장에서의 적응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어쩔 수 없이 해고된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회보장 차원의 지원을 실시하는 수순으로 구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사례=지난 95년초 일본의 철도.전력.전신회사등 대기업 근로자들은'사익보다는 공익,개인보다는 회사가 먼저'라는 인식아래 스스로 파업권 포기를 노조측에 촉구했다.

특히 노조원 19만3천명으로 구성된 철강노련은 임금인상 교섭연도를 격년제로 바꿨다.

미국 자동차노조 관계자는“회사가 커야 직원도 이익이란 생각에서 수익성 향상을 위해 노조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래.홍병기.이원호 기자〉

<사진설명>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조남홍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30대 그룹 기조실장들이 올

임금총액을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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