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심 헤아린 당정개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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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특별담화에서 인사개혁을 천명했다.내각.청와대비서실,그리고 신한국당까지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사실 지난해말 노동법사태,그리고 한보사건 등으로 이 정부의 문제점이 일시에 분출되기는 했으나 그동안 쌓여온

국민적 불만은 대통령의 인사,국정운영 스타일에서 기인한 측면도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당정인사는 그간의 인사 스타일을 극복한 새로운 내용과 형식이 돼야만 한다.그러나 이 혼란의 와중에서까지 여당안에서 민주계가 어떻고,어느 계파가 무슨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등의 한심한 소리들이 나오니 아직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金대통령은 무엇보다 그간 줄곧 지적받아온 대통령 1인 중심체제를 탈피해 내각과 당에 합당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 국정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국정은 총리.부총리 등 내각 중심으로 끌고 가야 하고,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의 인물을 골라야 한다.특히 지금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경제에 높은 경륜과 안목을 지닌 인물을 중심으로 내각을 짜야 할 것이다.

이번 인사는 金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인사로 보아야 한다.새내각은 다음 대선(大選)을 관리할 임무를 지게 돼 있다.그런 관점에서 신한국당 인사들을 내세우기 보다는 중립적인 인사로 충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특히

민심이 분열되고 사회가 표류하는 시점에서 중심을 모으려면 거국내각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신한국당의 인사도 정당정치에서 가급적 초연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대권야망을 지니지 않은 계파를 초월한 인망있는 인물들로 진용을 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아 인재찾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기대할만한 사람은 피하고 수준이 안되는 인물들만 몰려들 수 있다.그런 점에서 진짜 필요한 인물에 대해서는 삼고초려(三顧草廬)라도 할 각오로 인재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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