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 앞서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左)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한국 측은 이날 회의에서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과 검증의정서 채택이 포괄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료 채취를 포함한 구체적 검증 방안을 담은 검증의정서 채택에 북한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북한에 제공키로 한 중유 100만t 상당의 에너지·설비자재 가운데 아직 미집행 상태인 45만t 분량의 지원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 본부장은 “비핵화 2단계를 내년 완료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데 어느 한쪽이 바라는 조치만 먼저 완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右)와 성김 대북특사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처럼 한·미·일과 북한의 견해차가 뚜렷하지만 10일까지로 예정된 이번 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합의문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임기 내 마지막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2단계(불능화) 마무리라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적극적이고도 유연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8년 동안 이렇다 할 외교적 성과를 남기지 못한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의장국인 중국이 회담 이틀째인 9일 제시할 예정인 검증 관련 합의문 초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각국은 이 초안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반영하는 수정 작업을 벌이게 된다. 이 밖에 첫날 회의에서는 러시아가 의장을 맡고 있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를 내년 초에 개최하기로 6자 간 의견이 모였다.
한편 김 본부장은 회담 개막에 앞서 열린 남북 간 협의에서 북한의 불능화 조치 11가지 가운데 마지막 이행 사항인 미사용 연료봉을 한국이 구매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북측에 타진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북측이 보유한 미사용 연료봉의 수, 제원, 품질 등에 대한 분석을 끝냈으며 실지로 현장에 가서 미사용 연료봉의 상태와 상업적 가치를 평가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