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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수능 인터넷 강의를 평가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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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영준(42)씨는 올 9월까지만 해도 EBS(교육방송) 수능 언어영역 강사였다. 지금은 사교육 업체에서 강의를 하지만 올해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여전히 EBS 강사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중앙일보가 언론사 중 처음으로 실시한 인터넷 강의(인강) 평가에서 언어영역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강사다.

그가 EBS를 떠난 것은 9월 신문에 EBS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EBS가 무료 강의인 데다 교재와 강의내용이 수능에 반영된다고 발표하는데도 사설 유료 사이트에 밀리는 이유를 지적했다. 수험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외면한 채 방만하게 운용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정부는 실제 수능에서 EBS 수능 교재와 강의 내용을 반영한다는 약속을 해왔다. 매년 100억원의 지원금도 준다.

중앙일보가 인강을 평가한 것은 김씨의 지적대로 EBS의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자는 취지도 있었다. 평가를 하면서 사교육 업체들이 선전도구로 쓸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평가의 사각지대에 있는 공교육을 자극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평가가 진행됐다.

사교육 업체들은 하루하루 경쟁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러나 공교육은 이런 경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번 평가에서 EBS가 사교육 업체인 메가스터디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결과에 대해 EBS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EBS 구관서 사장은 “(인강 평가를 보고) EBS도 반성하고 있지만 메가를 너무 키워주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달랐다. 수능과 관련한 인터넷 카페인 ‘수만휘(수능만점을 휘날리며)’에서는 “(중앙일보를 보고)EBS에도 좋은 강사가 많다는 걸 알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고교 교사들 사이에서도 인강 평가는 화제가 됐다. 언어 장희민 교사(충북여고), 수리 심주석 교사(인천송도고), 외국어 윤연주 교사(이화여고) 등 공교육 교사들이 중앙일보 인강 평가에서 5위 안에 든 것에 주목했다.

서울 H고의 한 교사는 “우리도 노력하면 사교육을 앞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EBS 인터넷 강의(EBSi)는 수험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할 때다.

강홍준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