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병역 거부 처리 어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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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1심 법원의 무죄 판결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金昌國)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그동안 인권과 관련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며 '인권 지킴이'를 자처해 왔으나 병역거부 진정 처리를 미루는 사이 법원이 먼저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교육부에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에 병역거부 진정이 처음 접수된 것은 2001년 12월. '여호와의 증인'신도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오태양(29)씨가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유호근(28)씨 등 모두 5명이 같은 이유로 진정했으나 인권위는 2년6개월 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자 모임인 '전쟁없는 세상'의 나동혁(27)씨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인권위가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법원의 무죄판결이 주요한 참고사항이 될 수 있겠지만, 1심에 불과하고 아직 상급심이 남았다"며 "헌법재판소도 위헌법률심판 결정을 미루는 상황에서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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