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對北관계 회복 본격화-북한.러시아 經協 의정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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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러시아와 북한이 이번에 5개항의 경제협력의정서를 체켤키로 한 것은 두나라 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더구나 의정서 내용이 석유정제분야를 비롯해 김책제철소와 나진.선봉항 개발등 북한이 골치아파하는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결해 주는 것이어서 북한측으로서는 충분히 고무될만한 상황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는 반대로 지금까지'러시아를 지렛대로 북한을 움직인다'는 우리측의 대(對)러시아 외교의 한 축(軸)에 뭔가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과 러시아간 협력에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무엇보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사업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러시아와 북한이 이번 사업에 제3국을 끌어들인다고 했을 때 그 대상은 한국임이 분명하나 현재의 남북관계로 미뤄 한국의 참여를 유도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의정서는 체결만 된채 시행이 제대로 되지않아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정서 채택을 위한 러시아측의 마지막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한국과의 관계경색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참석자들이 의정서 체결을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낸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반한(反韓)입장까지는 보이지 않더라도 가능한한 북한과의 관계증진을 추진하겠다는 러시아정부 상층부의 의도가 엿보이는 것으로 한국에 대한 배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더욱이 북한붕괴 불원(不願)이라는 원칙론에서 보자면 북한이 갱생

을 모색하는 것은 환영할만 하지만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러.북한 협력강화는 한국측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일본.중국이 북한과의 관계강화를 모색하는 최근 국제상황에서 러시아마저 이같은 대열에 동참했다는 것은 그간 한국정부의 대북한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방증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마저 주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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