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씨 피격 갈피 못잡는 수사 1주일-간첩소행인가. 단순살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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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한영(李韓永.36)씨 피격사건이 1주일이 지나도록 수사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채 원점을 헤매고 있다.특히 총기 종류.목격자 수사등 초동수사 단계부터 혼선을 빚었던 수사본부는 범행이 간첩에 의한 것인지,단순 살인사건인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양쪽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각각의 근거들이 나름의 설득력은 갖고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간첩 가능성=사건 발생 직후 총기를 사용한 점과 목격자의 진술등을 근거로 수사당국은 간첩에 의한 범행으로 거의 단정하고 있다.

국내에 권총이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는 점에 우선 주목한 것이었다.또 권총의 종류가 25구경으로 지금까지 간첩들이 주로 사용해온 브라우닝과 같은 구경인 점도 북한 공작원의 소행이란 가능성을 높여줬다.

또 李씨가 피격당한뒤“간첩,간첩”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목격자의 진술도 간첩 소행 가능성을 높여줬다.

이와함께 황장엽(黃長燁)북한노동당 비서의 망명시도와 관련,북한공작원의 보복일 가능성이 높다는 공안당국의 분석도 이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단순살인 가능성=사건수사 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몫을 한 목격자의 진술이 번복되면서 가능성이 높아졌다.李씨가 피격직후“간첩,간첩”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등 최초 목격자 진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실탄에 일련번호가 선명하게 찍혀있는 것도 단순살인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실탄의 일련번호를 추적하면 구입 과정 추적을 통해 구입자를 확인할 수도 있어 간첩들은 제조국가와 회사등이 표시된 탄환 대신 번호가 지워진

것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 수칙이기 때문이다.

또 25구경 권총은 수백종인데다 밀수등을 통해 국내에 상당량 유입됐을 수 있다는 수사당국의 분석도'권총사용=간첩소행'이란 주장에 설득력을 잃게한다는 것이다.

李씨의 사생활이 복잡했던 것으로 드러난데다 범인들이 비밀스럽게 관리돼온 李씨의 거주지와 주민등록번호까지 자세히 알고 있었던 점도 간첩이라기보다는 사업상 관계등으로 李씨를 잘 아는 면식범일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케 한다.

실제 경찰은 李씨가 러시아와 상거래를 해왔던 점을 중시,러시아 마피아의 소행 가능성에 대해 집중 수사중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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