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전운동가 가토 슈이치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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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에 반대하는 ‘9조 모임’을 설립한 반전 평화운동가 가토 슈이치(加藤周一·89·사진)가 지병으로 숨졌다. 문학·예술 분야부터 정치·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평론 활동을 벌여 온 가토는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었다.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한 그는 혈액학 의사로 일하면서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태평양 전쟁 중에는 후쿠나가 다케히코(福永武彦)·나카무라 신이치로등 문학인들과 『1946·문학적 고찰』 『마티네 포에틱 시집』을 내면서 문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50년대 초 의학 연구차 방문한 프랑스에서도 4년간 문화 연구에 매진해 일본 문화의 특성을 지적한 평론 『일본 문화의 잡종성』으로 국내외에서 커다란 화제를 불러 모았다. 58년 제2회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참가를 계기로 평론과 집필 활동에 전념했다. 일본 고전부터 유럽 문화와 역사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문학의 현실』 『저항의 문학』 『현대 유럽의 정신』과 소설 『어느 개인 날』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조치(上智)대·리쓰메이칸(立命館)대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 예일대, 독일 베를린자유대 등 해외 강단에도 섰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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