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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입체, 영화산업 구원할 제3의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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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년쯤 전에 ‘폴라 익스프레스’를 3D입체로 봤어요. 경이로웠죠. 그때 제작 중이던 ‘쿵푸 팬더’의 한 장면을 시험 삼아 3D입체로 만들어 봤는데, 그 결과도 놀라웠어요. 바로 여기에 애니메이션의, 영화산업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하게 됐죠.”

‘슈렉’시리즈를 비롯,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세계적 명성을 쌓은 제프리 카젠버그(58·드림웍스 애니메이션 CEO·사진)의 말이다. 지난 주말 그는 미국 LA 글렌데일의 드림웍스 스튜디오로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3D입체로 만든 신작 애니메이션 ‘몬스터vs에일리언’(내년 봄 개봉)의 주요 장면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과 유머 섞인 스토리, 무엇보다 액션장면에 구현된 풍부한 입체감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이 영화의 원리는 좌우 눈의 시각 범위가 다른 점을 이용, 2개의 영상을 약간 다른 각도로 동시에 보여줘 확연한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카젠버그는 “3D입체는 발성영화, 컬러영화의 등장에 이은 영화 역사의 새로운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회사들이 만든)이전의 3D입체 애니메이션은 2D로 제작해 3D로 전환한 반면, ‘몬스터vs…’는 처음부터 전 과정을 3D입체로 제작하는 첫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개발한 첨단장비도 시연했다. 마치 실사영화의 카메라처럼 애니메이션의 앵글을 자유로이 바꿀 수 있는 ‘3D 버추얼 카메라’와 화면보다 앞에 있던 입체 캐릭터가 뒤로 물러나도록 깊이감을 손쉽게 조절하는 소프트웨어가 눈길을 끌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기술이다. 카젠버그는 1950년대에도 단순한 아날로그 기법의 입체영화가 붐을 이뤘던 것을 지적하며 “이같은 최근의 성취를 가능하게 한 핵심은 디지털”이라고 설명했다.

3D입체로 제작해 내년 봄 개봉 예정인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몬스터vs에일리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제공]


드림웍스는 이를 시작으로 ‘슈렉4’‘쿵푸 팬더2’등 모든 애니메이션을 3D입체로 제작할 방침이다. 디지털 3D입체에 매료된 사람이 그만은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 중인 ‘아바타’, 스티븐 스필버그가 피터 잭슨과 손잡고 준비 중인 ‘땡땡의 모험’등 실사영화 3D에도 이름난 감독들이 뛰어들고 있다. 할리우드가 영화산업의 위기를 돌파하는 수단으로도 3D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3D입체는 관람료가 일반영화보다 비싸다. 관객 수 감소를 만회하는 효과다. 해적판용 불법촬영도 불가능하다. 3D 관람용 안경을 안 쓰면, 그저 두 개의 영상을 겹쳐놓은 화면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카젠버그는 “홈시어터 등으로 가정에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모으려면, 극장 관람을 획기적인 체험으로 만들어야 한다. 3D의 입체적 실감이 극장관람의 활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몬스터vs…’의 경우 통상적인 애니메이션 제작비 1억5000만 달러에 3D비용 1500만 달러가 추가됐다. 이보다 훨씬 막대한 것이 기존 극장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비용이다. 미국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상영관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몬스터vs…’는 일반 상영관에서는 2D로 상영된다. 카젠버그는 “이번에 보여드린 것 같은 수준으로 3D를 상영하려면 극장당 10만 달러, 전 세계에 10만 개쯤인 극장에 총 100억 달러라는 큰 돈이 든다”면서도 “장기 이익을 위해 단기 투자를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은 미국 내 극장의 디지털 전환비용 마련을 위해 공동노력을 진행 중이다.

3D입체는 영화산업을 구원할 수 있을까. 카젠버그는 “내년 말이면 일단 첫 번째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몬스터vs…’외에도 디즈니의 ‘UP’, 폭스의 ‘아이스에이지3’ 등 애니메이션과 ‘아바타’까지, 주요 3D입체 대작들이 내년 중 개봉한다. 3D만으로는 해답이 불충분하다. 카젠버그는 “3D가 나쁜 영화를 좋게 만들 수는 없다”면서 “좋은 영화를 특별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A=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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