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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국 뇌관 천안문사태 재평가될까-보수파 입지 약화 틈타 제기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덩샤오핑(鄧小平)사망 이후 중국 정국을 뒤흔들 악재(惡材)중 하나는 89년 6.4 천안문(天安門)사태에 대한 재평가 여부다.이 사태는 89년4월 후야오방(胡耀邦)사망에 이은 추모대의 시위와 함께 불거지기 시작했다.6월4일 베이징(

北京) 천안문 광장에 운집한 시위대를 군대가 유혈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중국당국은 당시 천안문사태를'반(反)혁명 폭란'으로 규정했다.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진 덩샤오핑이 살아있는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문제는 19일 鄧이 사망함으로써 그동안'불가침의 성역(聖域)'으로 존재해 왔던 이 천안문사태에 대한 당국의 평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천안문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동원된 인민해방군이 직접 발포했다는 점은 아직까지도 중국인 일반에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천안문사태에 대한 재평가 문제는 鄧사망 이후 새 권력층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의 하나로 남게 된 상황이다.후견인 鄧이 사라진뒤의 장쩌민(江澤民)체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정지작업에도 불구하고 권력기반이 공고하지 않은

편이다.鄧 사망후의 이같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권력층 내부의 갈등이 내연(內燃)할 경우 천안문사태에 대한 재평가 문제는 고개를 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천안문사태 당시 진압방식을 토의하는 과정에서 강경일변도로 일관했던 리펑(李鵬)총리등 권력층내 보수파의 입지가 예전과 같이 튼튼하지 못한 상황이다.권력갈등의 와중에서 이 천안문사태에 대한 재평가 문제가 대두되면서 보수파에 대한

공격이 시작될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탓인지 鄧이 사망한뒤 하루가 지난 20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는 천안문사태 당시 군의 무력진압을 재평가하라는 요구가 적힌 포스터가 나붙었다.

천안문사태가 다시 중국 정국의 불안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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