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재정신청수용 9건 - 재판회부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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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위법선거 혐의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재정신청 수용이 검찰은 물론 정치권에도 충격을 던지고 있다.위법선거 혐의가 검찰의 불기소처분만으로는'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강한 의지가 읽혀지기 때문이다.특히 이번에 재판회부가 결정된

국회의원과 총선관련자 9건중 8건이 신한국당 소속이어서 검찰의 선거사범수사가'여당 봐주기 편파수사'였음을 방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고법은 이번 사건 심리기준으로▶많은 액수의 금품수수 및 허위사실공표등 선거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경우▶후보가 직접 금품을 교부하지 않았더라도 금품교부자와 후보의 사전협의 내지 묵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경

우등 두 가지를 마련했다.

법원은 지난 15대총선과 관련해 접수된 재정사건 32건(당선자 관련 24건)중 28%에 달하는 9건을 받아들였다.재판부는“혐의사실이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인용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검찰은“재판이 진행돼 유.무

죄 판결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당혹스런 표정이다.검찰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지금까지의 법원선례는 일단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 1백% 유죄선고가 나왔다.따라서 재판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면 올해 안에'

금배지'를 떼야 할 의원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벌금 1백만원 이상이면 5년간 피선거권까지 제한된다.정치권에 태풍이 몰아닥치는 셈이다.

신한국당은 초상집 분위기다.김철(金哲)대변인은“큰일났다.그런데 뭐 어떻게 손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신한국당의 한 의원은“지난 선거에서 법정선거비용만 쓰고 당선된 의원이 누가 있느냐”며“우리는 희생양”이라고

말했다.또다른 의원은 “청와대와 당이 우리한테 해주는 게 아무 것도 없으므로 일방적 충성도 요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들은“오히려 결백이 밝혀질 계기가 될 것”(洪準杓의원),“종친회가 자발적인 선거운동을 한 부분을 나보고 책임지라고 할 수 있느냐”(盧基太의원),“사실이 아니어서 신경쓰지 않는다”(金光元의원)는 등 갖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당사자의 하나인 한 중진의원은“법원은 통제는커녕 협조도 안된다”고 법원의 독립성을 인식했다.

법원측도“기록이 다 공개되기 때문에 어떤 영향도 받을 수 없다.철저히 심리기준에 따라 심사했다”고 밝히고 있다.차병직(車炳直)변호사는“이번에 기소된 사건들은 당시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던 만큼 법원의 이번 조치는 국민들의 사법부 신

뢰감 회복이라는 면에서도 매우 환영할 만한 결정”이라고 밝혔다.이번 재정신청은 앞으로의 선거운동과 검찰의 기소행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종혁.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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