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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뻘뻘 흘린 뒤엔 뜨거운 목욕 피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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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15면

하얗게 눈 덮인 북한산의 등산객들. 겨울철 산행 때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당뇨나 심장질환 등이 있는 사람은 응급약 소지가 필수다. 중앙포토

대설(大雪, 12월 7일)과 함께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스포츠 매니어들의 가슴은 설렌다. 매서운 칼바람을 마다 않고 설원을 찾는 스키어들과 등산객들의 발길은 분주하다. 추위로 움츠러드는 겨울일수록 운동을 통해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겨울 스포츠를 즐길 땐 자연에 대항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추위와 슬기롭게 공존해야 한다.

산행 땐 얇은 옷 겹쳐 입어야
겨울 등산은 사전 체력 검사에서 합격점을 받은 사람만 하는 게 원칙이다. 건조한 찬바람을 거스르면서 산을 오르다 보면 천식 발작, 심장 발작 등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산에 오를수록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것도 폐 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소다. 따라서 심장병·고혈압·폐질환·천식 등의 지병이 있거나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는 애연가는 가급적 겨울 산행은 피하는 게 낫다. 그래도 산행을 할 요량이라면 현재 건강해 보인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산행 중엔 늘 응급약(천식 환자는 흡입제, 심장병 환자는 혀 밑에 넣는 응급약 등)을 지니고 건강한 동반자가 함께 있어야 한다. 산행 속도와 시간, 올라가는 높이 등도 미리 환자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정해야 한다.

산은 100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0.6도 내려가는 데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급감한다. 실제 초당 1m 바람만 불어도 체감온도는 1도씩 떨어진다. 500m 높이에서 초당 5m 속도의 바람만 불어도 기온은 평지보다 8도 낮아지는 셈이다. 예컨대 출발 시 기온이 영하 2도였다면 500m 고지에 올라섰을 땐 영하 10도의 추위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건강한 청년이라 할지라도 방수·투습이 잘 되는 등산화를 신고 날씨 변화에 수시로 대응할 수 있도록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야 한다. 겉옷은 고어텍스로 된 재킷, 방한·방수 바지인 오버 트라우저가 권장된다. 배낭엔 여벌의 옷도 몇 벌 준비하는 게 좋다. 다만 배낭 무게는 초콜릿·파워바·곶감 등 고칼로리의 먹거리, 여벌의 옷, 물, 휴대전화 배터리, 랜턴 등 모든 장비를 포함해도 30㎏ 미만이어야 한다. 겨울 산행 중엔 체력 안배가 특히 중요한데, 하산했을 때도 체력의 30%는 남을 정도로 쉬엄쉬엄 오르내리는 게 원칙이다. 하산 시간은 늦어도 오후 4시를 넘기지 말자.

고글은 노란색 렌즈가 좋아
바람을 차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듯한 황홀감을 경험하는 스키는 겨울 운동의 백미로 불린다. 하지만 추위로 굳어진 관절에는 빠른 충격을 가해 부상할 위험이 크다.

흔히 ‘잘 타게 되면 내 몸에 맞는 스키를 사야지…’라며 일단은 장비를 빌리는 초심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키장 부상의 대부분이 3년 안 된 초보자에게서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장비 때문이다. 스키가 자신의 발 사이즈에 잘 맞아야 하는 것은 물론 넘어졌을 때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바인딩을 약간 느슨하게 조이는 게 원칙이다. 고글은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노란색 렌즈가 바람직하다.

운동 전 20분 정도의 스트레칭도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초심자는 잘 넘어지는 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넘어질 땐 내려오는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체중을 엉덩이에 싣고 천천히 주저앉는 게 요령이다. 이때 폴도 자연스럽게 놓아야 엄지손가락 인대와 손목 관절이 다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운동 후 목욕 땐 보습 관리가 핵심
겨울 스포츠 매니어들 중엔 찬바람을 가르며 땀을 뺀 후 온천이나 찜질방으로 직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건조한 겨울철에 자외선에 피부까지 노출시켰다가 뜨거운 물로 목욕하거나 찜질방을 이용할 경우 피부 건조증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피부 건조증은 가려워서 긁다가 세균에 감염되기도 하고 피부염으로 쉽게 진행된다.

따라서 ▶50세 이상 ▶건성 피부 ▶안면 홍조(얼굴 붉어짐) ▶딸기코 ▶실핏줄 있는 얼굴 ▶땀이 많은 다한증 등에 해당하는 사람은 운동 후에도 뜨거운 물, 때 밀기, 알칼리성 비누 등 세 가지는 멀리해야 한다. 아쉽더라도 탕 목욕 대신 미지근한 물로 약산성 비누를 사용해 가벼운 샤워만 해야 된다. 더운 물에 온몸을 담그다 보면 지질막과 피부 보호 기능이 있는 각질층까지 제거해 목욕 직후엔 피부가 매끈해 보여도 다음 날부터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갈라지고 터지기 때문이다.

피부가 건강한 사람도 탕 속에 들어갈 땐 미지근한 물에서 시작해 조금씩 더운 탕으로 이동해야 하며 탕 속엔 10분 이하로 있는 게 좋다.

목욕이나 샤워 직후 보습 관리는 겨울철 피부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우선 목욕(샤워) 직후 물기가 약간 있는 상태에서 곧바로 오일을 온몸에 골고루 펴 바를 것. 이후 다시 로션이나 크림을 충분히 발라야 한다. 보습을 끝낸 후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김성은 교수, 서울대병원 피부과 서대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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