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과 재계, 솔직한 대화 나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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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20여명의 재계 총수들과 만난다. 이번 회동은 盧대통령의 업무복귀 이후 재계 대표와의 첫 만남이란 점에서, 안팎의 악재로 우리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권력과 재계의 관계는 협조보다는 갈등과 견제의 관계였다. 새 정부는 재계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끊임없이 압박을 가했다. 재계는 규제와 정책의 불투명성, 반기업-친노동 정책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盧대통령마저도 경제위기를 말하는 재계에 대해 '의도적 위기 조장'이라며 일축했다. 지난 1년반 동안 성장이냐 분배냐, 투명성이냐 투자 활성화냐를 놓고 국력을 낭비해 왔다. 투자와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우리 경제는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회동이 이런 인식차를 좁히고, 불편한 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盧대통령이 마음을 열고 재계의 고언을 들어야 한다. 우리 산업현장의 현실이 어떤지를 아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불신과 적대감을 버리는 마음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대통령이 진실로 경제를 걱정한다면 현장에서 뛰는 이들의 애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이들이 신명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참석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재계 대표들도 이 기회에 산업현장의 현실을 가감없이 솔직히 전달해야 한다. 앞에서는 좋은 말만 하고, 뒤에서 불평하는 식은 버려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라면 모를까 탈권위를 외치는 盧대통령 앞에서 할 말은 못하고 입에 발린 말만 하고 나온다면 그런 회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盧대통령이 "무엇이 불안한지 말을 해달라"고 할 때 아무 말 못하고 나와서는 이러쿵저러쿵해서는 안 된다.

이번 회동이 과거처럼 형식적인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경제 살리기의 전기가 되어주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