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실패한 문국현의 정치실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클린 정치’ 실험이 막을 내리게 됐다. 문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5일 유죄를 선고했다. 형이 확정되면 문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문 대표가 지난해 8월 ‘클린 정치’를 표방하며 대선 후보로 뛰어들 당시만 해도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문 대표의 깨끗한 발자취가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유한킴벌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환경경영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기성 정치에 실망한 민심이 그의 도덕성에 주목할 만했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문 대표는 많은 한계를 보여 왔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의 희망을 보이기보다 악화되는 양상을 빚어 왔다. 지난 연말 대선이 끝나자마자 당내 분열이 시작됐다. 당내 갈등이 빚어지면서 핵심 세력들이 한꺼번에 떨어져 나갔다. 총선이 끝나면서는 불법자금 문제에 걸렸다. 문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6억원을 낸 이한정 의원의 유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문 대표는 계속 ‘야당 탄압’을 주장했다. 9차례에 걸친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자 다른 야당들과 연합해 법에 명시된 표결 절차를 원천 봉쇄했다.

문 대표의 행적을 보면 정치적 리더십에 결함이 있어 보인다. 깨끗한 정치를 주장하면서 깨끗하지 못한 행보를 보인 게 그렇고, 당내 분쟁을 적극 해결하기보다 소극적으로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물론 현실 정치의 높은 벽도 작용했다고 본다. 문 대표가 공천 헌금을 받기 위해 당사랑 채권이란 방식을 고안해낸 것도 ‘돈 드는 선거’라는 현실이 엄존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문 대표는 깨끗이 승복하고 자숙하는 마무리를 보여주어야 한다. 창조한국당은 성명을 통해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이 형사 책임 소재를 밝힐 의지가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선거법을 위반하고 사법 절차를 거부한 데 이어 법원의 판결까지 무시하는 태도다. 문 대표의 실험은 아름다운 이상과 안타까운 좌절로 막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