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반도체기구 잇단 가입-선진국 관세장벽 극복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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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나라가 최근 세계정부간반도체포럼(GGF)에 참여한데 이어 4월11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릴 국제민간기구인 세계반도체협의회(WSC) 정식회원국이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미국.일본.유럽이 주도할 이들 두 기구에서는 회원국들의 반도체 관련 국제기술표준을 결정하고 시장개방 원칙에 따라 서로 수입규제를 완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르면 내년부터 미국산 반도체를 무관세로 수입하게 되며 국제기술표준 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반도체 수출때 선진국의 수입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현대전자.LG반도체등 국내 반도체3사는 미국과 일본이 최근 한국.유럽을 정회원국으로,대만과 캐나다를 준회원국으로 하는 WSC구성에 합의한데 대해 이를 적극 받아들이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우리나라의 WSC 가입이 최근 확정됐다”고 말했다.통상산업부 관계자도“지난해 12월 정부간 기구인 GGF 첫 회의에 우리나라가 정식회원국으로 참여한데 이어 민간기구인 WSC 참여도 이미 확정된 상태”라고 전했다.

두 기구 참여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단“나쁠게 없다”는 반응이다.반도체 수입관세율이 8%인 우리나라는 빠르면 98년부터 미국등 선진국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대폭 내리거나 무관세화해야 한다.심지어 미국산 반도체가 팔리지 않을 경우 국

내시장의 20%를 미국 반도체를 수입해 채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악조건은 현재 국내 반도체시장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훨씬 넘는데다 종목도 우리가 생산하지 못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등 첨단 비메모리분야라 큰 걱정은 없다.

반면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생산국으로서 국제기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기술표준 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최대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에서도 비회원국에 따른 불이익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반도체 교역에서 미국.일본은 무관세이나 유럽은 7%의 높은 관세율을 보이고 있다.비회원국이 되면 미국.일본조차 관세를 물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어“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후발업체인 유럽.대만.캐나

다등은 정식회원국이 되려고 로비까지 할 정도”라고 말했다.다만 앞으로 논의될 무관세 실시 시기와 쿼터 수준을 우리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SC와 GGF는 미국과 일본이 지난해 8월'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하면서 발족키로 합의한 민간및 정부차원의 반도체 관련 양대 국제기구다.미국과 일본은 그동안 미국제품의 수입쿼터 결정을 위한 시장점유율 조사방법과 무관세화 시기를

놓고 마찰을 빚어 두 기구의 창설을 미루어 왔다.그러나 지난해말 일본이 자국에서 미국의 시장점유율 조사를 인정했고 무관세화 시기를 올해말로 잡았던 미국도 98년 이후인'빠른 시일내'로 양보하면서 매듭이 풀렸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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