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장엽씨 망명지 중재-남.북한대사와 연쇄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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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베이징=특별취재반]중국은 19일 오후 주중(駐中) 남북한대사와 연쇄접촉을 갖고 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 행선지등에 대한 중재에 나섬으로써 소강국면에 빠졌던 黃비서 망명처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3시5분 주창준(朱昌俊)북한대사를 외교부로 부른데 이어 오후4시30분부터 정종욱(鄭鍾旭)한국대사와 접촉을 갖고 黃비서 망명 행선지등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 청사에서 약50분간 진행된 중국외교부 탕자쉬안(唐家璇)부부장과 鄭대사의 접촉에서 한.중 양국은 黃비서의 망명지에 대해▶미국등 제3국 경유▶서울 직행(直行)등 두가지 방안을 놓고 상호 입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중국의 한 고위소식통은“미국등 제3국 경유안의 경우 중.미관계등 복잡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서울 직행안은 북한측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어차피 보내야 할 것이라면 서울로 바로 보내는 방안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CCTV및 신화통신등 중국관영 매체들도 사건발생후 처음으로 黃비서의 망명요청 사실을 보도,중국측이 이번 사건을 수습하는 원칙을 세우지 않았으냐는 추측을 낳고있다.

그러나 중국소식통들은“중국은 한국측에 대해 향후 유사한 사건 발생시 한국측이 지켜야 할 여러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한국정부의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으나 조건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남북한간 협상을 통한 해결원칙을 제시하며 소극적 자세를 보여왔던 중국측이 이날 중재에 나선 것은 북한측이 납치주장을 철회하고 黃비서 본인의 망명희망을 기정사실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중국측에 전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국측은 黃비서가 육성으로 망명동기등을 밝히는 12일 사건발생 당일의 모습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중국측에 전달했으며,중국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黃비서의 망명신청을 간접 확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특히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마친뒤 북한측과 접촉에서 이 테이프를 직접 보도록 했으며 북한측이 17일 오후 외교부대변인 발표를 통해 망명사실 자체를 인정하는듯한 시사를 한 것도 비디오테이프가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으로 이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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