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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3’강동윤 … 바둑종가 계보 잇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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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이어지는 바둑 종가. 다음 차례는 강동윤일까. 10대 강자 강동윤 8단(右)이 하이원배 명인전 도전기 첫판에 앞서 이세돌 9단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돌이켜 보면 조남철 9단은 무풍지대에서 홀로 정상을 누리다가 김인 9단이란 신예에게 자리를 내줬다. 김인은 애석하게도 경쟁자가 없었고 이 바람에 조훈현 9단은 손쉽게 제왕의 자리를 양도받을 수 있었다. 조훈현은 복을 받았다. 서봉수 9단이란 끈덕진 경쟁자가 있었고, 제자 이창호 9단마저 빠르게 성장해 그의 자존심과 투쟁심을 자극했다. 천재 조훈현은 이런 도전과 시련 속에서 변신을 거듭하며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이창호 9단도 유창혁 9단이란 경쟁자가 있었으나 한 가닥 아쉬움은 있다. 즉 뒤를 추격하는 이세돌 9단이 조금 늦게 나타난 점이다. 이에 비하면 이세돌 9단은 승부사로서 최고의 입지를 타고났다고 볼 수 있다. 선배로는 이창호라는 거목이 있고, 라이벌이나 도전자로는 중국의 구리 9단 등 숱한 강자가 널려 있다. 게다가 여섯 살 어린 강동윤이 숨가쁘게 뒤를 쫓아온다. 이런 거친 소용돌이 속에서 이세돌은 더욱 강해질 게 분명하다. 최근 중국의 창하오 9단에게 10연승을 기록하는 등 싸우는 족족 이기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놀라운 정신력을 지닌 이세돌 9단도 후배의 도전은 부담스러운가 보다. 강동윤은 그 미세한 틈을 뚫고 전진하며 새 역사를 이루려 하고 있다. 랭킹도 3위로 뛰어오른 강동윤 8단과의 일문일답.

-최근의 상승세는? 바둑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나.

“세계 마인드스포츠 게임 개인전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나를 포함해 신예들의 실력은 다 비슷한데 자신감이 좋은 성적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말한다면.

“강점을 감히 말한다면 균형감각이 아닐까 싶다. 약점은 물론 실력이다. 초일류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직 내 바둑이 정점에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창호 9단에게 특히 천적이란 얘기가 있는데….

“수긍하기 힘들다. 승부에선 이겼으나 내용이 안 좋다.”

-강동윤 바둑을 해설자들은 실리 취향이라 하는데….

“그건 아니고 상황에 따르는 정도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세돌 9단과 비슷한 정도 아닐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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