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과 얼음이 만났다, 둘은 형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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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국의 음악잡지 그라모폰은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27·左)에게 “나이 든 음악인의 지혜가 보인다”고 평했다. 신중하고 품위있는 음악 스타일을 풀이하는 말이다.

이 둘은 형제다. 전혀 다른 음악 스타일이지만 묘하게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듀오로 활동 중이다. 첫 듀오 앨범은 2004년 낸 ‘페이스 어 페이스(Face a face)’. 펄펄 뛰는 형의 바이올린과 안정적인 동생의 첼로가 섞여 젊고 생생한 파트너십을 완성했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듀오를 선택한 형제의 고민은 부족한 연주 곡목이다. 이 두 악기의 듀오를 위해 작곡된 곡이 드물어서다. 이 때문에 형제는 두 대의 현악기를 위한 작품을 그러모아 편곡해 연주하는 재치를 보여주고 있다. 2006년 두 번째 듀오 앨범인 ‘인벤션(Inventions)’은 형제의 이러한 능력이 돋보인 음반이었다.

하지만 이 두 악기의 결합은 좀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실내악의 뼈대 악기다. 피아노 한 대를 붙이면 피아노 트리오가 되고, 콘트라베이스·바이올린·피아노를 더하면 5중주가 된다. 카퓌송 형제는 이처럼 유연한 결합으로 브람스·라벨의 피아노 트리오, 슈베르트 ‘송어’ 5중주 등 많은 실내악 음반을 내놨다.

이 신선한 듀오에 청중만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계의 큰손들이 그들을 끌어주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전임 지휘자인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형제를 자신의 ‘말러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영입했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다수의 실내악 연주에서 카퓌송 형제와 함께 무대에 서고 있다. 베르비에·잘츠부르크·루체른 등 세계적인 음악 축제가 이들의 단골 무대이기도 하다.

각각 내한한 기록이 있는 이 형제가 듀오로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슐호프·라벨·코다이 등 20세기 작곡가의 작품을 골랐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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