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피방치 고의 아닌가-이한영씨 피격 4大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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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한영(李韓永)씨 피격사건 수사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운데 범인의 도주로,탄피 방치등 범행현장 곳곳에서 의문점이 불거져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범행 수법=주민 왕래가 잦은 오후10시를 전후해 고층아파트 밀집지역 14층 엘리베이터앞 복도에서 권총을 사용한 것은 대담성을 넘어 상식에 어긋난다.으슥한 곳으로 납치하거나 왕래가 적은 시간에 범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곧바로 발견

되고 도주가 용이하지 않은 장소에서 격투까지 벌여가며 총격을 가한 것도 의문이다.범인이 2~3명이라면 굳이 권총이 아닌 흉기를 사용해도 충분한데 우리나라에선 구하기 어렵고 휴대도 위험하며 소리가 나는 도구를 선택한 것도 일반적인 범

행으로 볼수 없다.

◇도주로=성인 남자의 경우 계단을 따라 14층을 뛰어내려 갈 경우 1분이상 걸린다.보통 2~3명이 심하게 뛸 경우 발자국 소리가 불가피한데 아무도 소리를 들은 주민이 없다.

당시 목격자인 南상화(42.여)씨의 인터폰 연락으로 경비원이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몇층 아래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면 경비원과 마주쳤을 가능성도 있다.

◇탄피 방치 실수였나=발견된 탄피는 95년 부여침투간첩사건,지난해 강릉공비침투사건등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간첩들이 소지하고 있던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용이었다.테러 전문가라면 탄피를 현장에 남겨두는 실수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렇

다면 귀순자등에 대한 '경고'용으로 북한 공작원임을 일부러 알리려 했다는 말이 된다.만일 李씨 개인에 대한 원한에서 범행했다면 수사 초점을 흐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발만 쏘았나=6발을 연발로 쏠 수 있는 총으로 몸에 단 한발만 쏘고 죽음을 확인하지도 않았다.소음기까지 준비한 범인들이 실탄을 두발만 준비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대공 전문가들은“간첩들의 보복 테러라면 확인사살을 안한 것도 쉽

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김기찬 기자〉

<사진설명>

이한영씨가 피격당한 분당신도시 외곽의 검문검색을 위해 17일 오전

군병력이 출동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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