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의문화유산>남해 상주리 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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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금산(경남남해군)의 서남쪽인 두모마을에서 금산 33경의 하나인 부소바위로 오르는 길목에 남해지방의 고대 역사를 밝히는데 귀중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중요한 유적이 있다.그렇지만 워낙 수수께끼 같은 유적인데다 관심갖는 이도 드물고 찾아가는 길마저 무성한 잡풀과 돌무더기가 길을 막고 있다.

부소바위를 향해 산길을 헤치고 들어가면 길 왼편으로 평평한 너럭바위가 나타난다.상주리 석각이라 불리는 이 너럭바위는 가로 7,세로 4의 크기로 거북 모양을 하고 있어'거북바위'로도 불린다.두모마을을 향해 내려가는 형상으로 오른쪽 엉덩이 부근에 가로 1,세로 50㎝의 문자 그림이 새겨져 있다.

흔히 알려지길'서불(徐市)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의'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고대 글씨라고 한다.그러나 일반인으로서는 무슨 글씨인지 알아볼 재간이 없다.글씨가 아닌 거북이 등짝무늬로 보이기도 한다.또 하늘천(天)자처럼 뚜렷하게 읽을만한 글씨도 보여 아리송하다.

상주리 석각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서불기배일출(徐市起拜日出)여섯자로 읽는 이도 있고,훈민정음 이전의 한국 고대문자로 보기도 한다.산스크리트 계통의 글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으며 오히려 석각의 비밀을 전설에 의지하는 형편이다.

중국 진시황이 삼신산에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보낸 시종 서불이 이곳을

지나면서 남긴 글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진시황 때는 이미 한문자가

사용되고 있었으니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 시기의 고문자가 아닐까

싶다.또 한편으로 진나라의 혹정을 피해 망명한 자들이 한반도에 건너와

일부는 일본으로,일부는 남해안에 그대로 정착했을 가능성도 있다.그중

일부가 서불 일행일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이를 뒷받침하듯

부산을 비롯해 경남.제주 일원에는 신선 사상이나 서불과 관련된 전설이

숱하다.이처럼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거북바위 옆에는 거대한 바위벼랑이

있다.그 위로 올라가면 두모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한편 두모마을

표지석 바로 앞 집의 고구마밭 이랑에는 비늘 달린 짐승의 몸통 같이

희귀하게 생긴 바위가 있다.이 비늘무늬 바위는 거북바위.동이바위와

더불어 상주리 일대의 바위 문화에 신비감을 더해준다.

*남해읍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상주로 가다보면 길 오른쪽에 두모마을

표지석과 함께 두모포로 가는 길이 나온다.두모마을 표지석에서 상주

쪽으로 5백여 가면 길 왼쪽에 금산 부소바위로 오르는 산길이 나 있다.이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산을 오르면 거북바위에 닿는다.

글=김효형〈한국문화유산답사회〉사진=김성철〈사진작가〉

<사진설명>

경남남해군상주리에 있는 거북바위(上)와 바위에 새겨진 석각.한반도의

고대문화와 관련있는 수수께끼같은 문자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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