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 영상재현-중국,홍콩 인수기념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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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홍콩은 1840년대만 해도 인구 3천명의 작은 항구에 불과했다.그로부터 1백50여년이 지나는 동안 국제적인 상업도시로 환골탈태한 홍콩은 이제 영욕의 역사를 뒤로 하고 오는 7월1일 중국으로 반환된다.세계가 주목할 이 역사적 사건을 앞두고 중국인들이 홍콩 반환을 기념하는 영화'아편전쟁(阿片戰爭)'을 제작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이 영화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7월1일을 기해 홍콩은 물론 중국.대만,그리고 한국등 아시아지역과 세계 주요도시에서 개봉될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중국이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것이 영국에 홍콩을 빼앗기게 된 원인이었죠.홍콩을 되돌려 받는 날,영화'아편전쟁'을 통해 1백50년전의 역사를 되돌아 보는 것입니다.이 영화는 중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가 될 것입니다.” 홍콩에서 기자와 만난 셰얀(謝衍)감독은 이 영화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그는 이 영화를 총연출한 셰진(謝晋)감독의 아들로 이번 영화의 스토리 구성에서부터 제작에 깊숙이 참여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영화'아편전쟁'은 1백50년전 중국이 어떻게 아편에 물들게 됐으며 영국과의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고,영국에 어떻게 홍콩을 빼앗겼는지를 그리고 있다.95년에 기획된 이 영화는 96년 5월부터 11월까지 중국 항조우(杭州).광저우(廣州)등지를 포함,영국 현지에서 촬영됐으며 현재 2시간20분짜리로 편집까지 마무리됐다.이 영화는 또 전세계 관객을 겨냥해 만들어진 것으로 그 제작규모부터가 만만치않다.우선 제작비가 1백30억원대(1천5백만달러)를 넘는다.이런 투자 액수는 할리우드 대작들에 비하면 별게 아니지만 현재 중국에서의 영화제작비가 평균 2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규모에 속한다.

셰얀 감독은“전투 장면에 등장하는 엑스트라가 4천여명이 넘고 전투장면에 투입된 제작비는 3백만달러가 넘는다”면서“거액을 들인 광저우의 세트는 철거되지 않고 관광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아편전쟁'엔 중국과 대만의 유명배우들이 주요 캐스트로 대거 참여했으며 영국 로열국립극단 소속 배우등 영국인들도 참여했다.한국 관객들에게 낯익은 배우로는 영화'음식남녀'와'결혼피로연'에 출연한 랑슝(郎雄)이 있다.

한편 73세의 노구를 이끌고 제작을 지휘한 셰진 감독은 중국 문화혁명기의 고통받는 서민의 삶을 보여준 영화'부용진(芙蓉鎭)'을 통해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진 중국 4세대 감독.장이모.첸 카이거 감독등 중국영화의 존재를 세계에 부각시킨 제5세대 감독들의 아버지뻘이다.그는 95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영화'아편전쟁'제작을 제안한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영화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그려낼 역사 묘사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않다.'아편전쟁'이 촬영될 때부터 중국내에서는 물론 유럽등지에서도“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애국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며 이 영화의 민족주의적 색채를 경계하고 있다.공산당의 입장에 줄곧 동조해온 셰진 감독의 이력도 이런 우려를 부추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영화'아편전쟁'이 겨냥하는 것은 중국도,대만도,홍콩도 아니라는 것이다.이 영화에 투입된 거대 자본과 인력은 세계 영화시장을 노리고 있다.7월1일 이후 이제 세계 관객들이 내릴 평가만 남았다. [홍콩=이은주 기자]

<사진설명>

중국 셰진 감독이 홍콩반환을 기념한 영화'아편전쟁'을 만들었다. 1백30억원대 자본이 투입된 이 영화가 작품성과 흥행에서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눈길을 모은다.사진은 수천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아편전쟁'의 전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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