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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떠난 공항 … 30만 명 ‘출국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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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태국공항공사(AOT)는 이날 푸껫을 출발한 타이항공 소속 국내선 여객기가 오후에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서울을 비롯해 시드니와 뉴델리·나리타·프랑크푸르트·코펜하겐 등 국제선도 이날 늦게 부분적인 운항을 재개한다고 AOT 측은 밝혔다. 앞서 세리랏 프라수타논 AOT 사장대행은 2일 “공항 점검에 최소한 48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면적인 항공기 운항은 다음 주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국영 항공인 타이항공은 공항 폐쇄로 200억 바트(약 8000억원)의 재정손실을 입었다며 반정부 시위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태국 수완나품 공항 인근의 비텍 전시장에 3일 임시로 마련된 탑승 수속 카운터 앞에서 승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날 반정부 시위대가 8일 만에 공항 점거를 풀면서 국내선 일부 구간의 운항이 재개됐다. [방콕 AP=연합뉴스]


◆시위대 공항 철수=3일 오전 10시 수완나품 공항 3층. 지난달 25일부터 9일째 공항을 점거했던 반정부 시위대 3000여 명이 공항을 떠나기 위해 짐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이번 점거를 주도한 국민민주주의연대(PAD)는 전날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솜차이 총리가 사퇴하자 승리를 선언하고 점거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청사 앞에는 시위대를 태우고 갈 버스·승용차 수백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도로에선 아직도 많은 사람이 서너 명씩 어깨동무를 하고 승리를 자축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와사나(약사)는 “부패 정권의 하수인인 총리가 물러나 기쁘지만 이후 또 다시 그런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시위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3일 오전 7시 방콕 수쿰빗의 윈저 수트 호텔 1층 로비에 있는 ‘투리스로 아시아’ 여행사 데스크에는 외국인 10여 명이 줄을 섰다. 영국인 제임스 클락(금융인)은 “런던행 표를 알아봤는데 아예 팔지도 않는다”며 한숨지었다. 창구직원 파리스나는 “방콕내 전 지점마다 수백 통의 문의전화로 업무를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3일부터 시위대의 수완나품 공항 점거가 끝나면서 태국에 발이 묶인 30만여 명의 외국인이 귀국 표를 구하기 위해 아우성이다. 현지 여행업계는 일주일 이상 ‘항공표 구하기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적 망신 당한 태국=태국은 아세안 의장국 자격으로 15~18일 북서부 도시 치앙마이에서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41년 역사의 아세안이 처음으로 헌장을 제정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역사적 회담이다. 그러나 태국 외무부는 2일 이 회의를 내년 3월로 미뤘다. 정상회담 전까지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타웃 사이쿠아 태국 정부 대변인은 3일 “회의 참가국 정부에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등 3개국은 태국 정부에 의장국 포기를 권고했다. 방콕 포스트는 3일 “이번 사태로 태국은 ‘미소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잃었다”고 개탄했다.

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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