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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고려 왕실에서 쓴 ‘청자 중의 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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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려 청자는 10세기 초 세계 최고의 명품이었습니다.”

전통 도자기 전문가인 정양모(75·경기대 전통예술감정대학원·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교수가 고려 청자 예찬론을 폈다. 3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 학술강연회에서다.

“우리 청자는 흔히 ‘비색(翡色)’이라 일컬어지는 중국 청자의 영향을 받아 고려 초기부터 만들어졌지만 12, 3세기에 이르러서는 그 자태나 빛깔에 있어 중국 것을 능가하는 청자를 빚어냈습니다.”

이번 강연회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내년 2월 15일까지 여는 ‘고려 왕실의 도자기’전 개막을 맞아 마련했다. 고려 왕릉과 왕실에서 쓰는 고급 도자기를 제작했던 전남 강진군, 전북 부안군 가마터에서 출토된 도자기 등 유물 29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아 처음으로 여는 고려 왕실 청자 전시회다. 정 교수는 “시대를 아울러 최고로 꼽히는 고려 시대의 청자, 그중 왕실에서 사용했던 청자야말로 ‘시대의 정수’”라며 “‘최고 중의 최고’가 무엇인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전시품 중 정 교수가 으뜸으로 꼽는 것은 고려 17대 왕인 인종의 장릉에서 출토된 ‘청자 참외 모양 병’(국보 94호)이다. “목이 짧고 굽이 낮은 당시 중국의 병과 달리 부드러운 곡선의 긴 목, 여인의 치맛자락을 닮은 높은 굽, 유려한 몸체, 절제미가 돋보이는 문양이 인상적입니다. 중국 도자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발달한 고려 특유의 미감을 잘 보여주고 있죠.”

고려 청자 고유의 개성은 어떤 것일까. “고려 청자는 중국 청자와 뚜렷이 구분되는 개성을 지녔습니다. 청색을 띤다 하여 청자라 부르지만 고려의 청자는 녹색에 가깝지요. 황·적·청색을 섞어 만들어낸 혼합 색임에도 색이 맑고 투명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정 교수는 ‘청자 기와’도 눈여겨봐야 할 유물이라고 말했다. “청자로 만든 기와는 1927년에 처음 발견됐습니다. 당시에도 비싸고 귀했던 청자로 기와를 만들어 지붕을 얹는 일은 왕실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요. 『고려사』에 따르면 ‘의종 11년(1157년)에 궁궐 정원에 ‘양이정’이라는 정자를 세우고 그 지붕을 청자로 이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정 교수는 “발굴하고 복원해 안전하게 보관하는 일은 연구자들의 몫이지만, 국민도 아름다운 우리 청자에 관심을 가지고 아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이에스더 기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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