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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야 놀자] 펀드 가입자 권리 지키는 ‘수익자총회’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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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최근 들어 언론에 이름도 생소한 ‘수익자총회’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외 기업이 잇따라 부도를 내면서, 펀드가 정상적인 환매를 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것입니다.

수익자총회는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와 유사합니다. 2003년 10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제정되면서 수익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개념입니다. 수익자총회는 수익자에 의해 소집되는 경우와 펀드운용사가 특정 요건이 충족되면 당연히 소집해야 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익증권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수익자가 소집을 요청하는 경우, 자산운용회사는 1개월 이내 수익자총회를 소집해야 합니다. 반드시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은 펀드 계약기간 연장, 운용사 및 수탁은행 변경, 수수료 인상, 펀드의 종류 변경, 펀드 간 합병, 환매에 관한 약관 변경 등입니다. 이외에도 상법 등 기타 법률에서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하도록 하는 사항도 포함됩니다.

문제는 일반 기업의 주주총회와 마찬가지로 수익자총회가 투자자의 참여 부족으로 제대로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켰던 W운용의 리먼브러더스 관련 주가연계펀드(ELF) 수익자총회도 최소 기준(발행 수익증권 총수의 절반) 미달로 1차 소집이 불발에 그친 경험이 있습니다. 핫이슈를 가진 펀드조차 이럴진대 그렇지 않은 펀드의 수익자총회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펀드의 수익자총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펀드 자체의 고유한 특성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주식회사는 과점주주가 반드시 존재하지만 펀드는 그 특성상 소액주주로만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조원이 넘는 거대 펀드의 경우 수익자 수가 20만∼30만 명에 달하는 데다 최대 수익자 지분율이 1%를 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수익자총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을 수익자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같은 펀드의 특성 때문에 주주총회 제도를 그대로 복제만 해서는 곤란합니다.

현장에 가지 않고도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서면 의결권 행사’ 방법을 확대해 ‘인터넷 의결권 행사’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그리고 투자자의 관심을 환기할 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현대 자본주의를 금융자본주의라고 합니다. 소액투자자들이 자기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때 금융자본주의는 바로 설 수 있을 겁니다. 펀드를 통한 간접적 주식투자자도 소액주주임에 분명합니다. 소액주주 운동을 하는 사회단체들이 펀드 투자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해 봅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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