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로 개교 90주년을 맞은 대구가톨릭대 김수업(金守業.65.사진)총장은 "이미 커리큐럼 개편 등 그 준비가 하나씩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90주년은 대구.경북지역에선 가장 오랜 대학 역사다.
대구가톨릭대의 모체는 올해로 53년째를 맞는 효성여대지만 1994년 신학대학(대구가톨릭대)과 통합하면서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신학대학의 전신인 유스티노신학교가 1914년 대구에 설립됐기 때문이다. 대구가톨릭대가 그동안 배출한 졸업생은 5만여명.
金총장은 "그동안 교명 변경 등 갈등을 겪으면서 학교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게 사실"이라며 "그런 문제가 해소된 만큼 다시 역사에 걸맞는 위상 찾기 노력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90주년의 화두도 '새로운 개교 원년'이다.
대구가톨릭대는 국내 7개 가톨릭계 대학 중 역사와 규모에서 단연 첫번째. 또 이들 중 신부가 아닌 일반신자가 총장을 맡고 있는 유일한 대학이기도 하다.
金총장은 9개월 전 이 대학의 활력을 되찾을 적임자로 경상대(진주)에서 스카우트돼 왔다. 그는 개혁의 방향을 찾기 위해 그동안 학과별로 돌아가며 교수들과 토론을 벌이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개혁의 방향은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입니다. 첫 실험으로 1학년 교양과목부터 확 뜯어고쳤습니다.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과목을 많이 개설했지요. 학기말 평가를 통해 만족도가 높은 강좌는 확대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또 바꿀 생각입니다."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도 필요하면 할 생각이다. 교수들의 연구방향도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실용성을 강조하겠다는 것.
金총장은 그러나 "개혁의 방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해나가지 절대 혁명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개혁의 터전이 마련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신입생 선발과 관련해 그는 "경주에 전용 외국어생활관을 준비하는 등 우수학생 유치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학교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정원을 못 채우더라도 공부하기 어려운 학생은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변 대학들과 연계 프로그램도 추진중이다.
전자.통신과 법학 분야 전공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영남대.대구대와 학점 교류 등을 하기로 최근 원칙적인 합의를 본 상태다. 경쟁력이 있는 의.약대는 역량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金총장은 "대학을 빨리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자꾸 든다"며 "그러나 사랑이 넘치는 대학으로 자연스럽게 변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송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