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가수들 은퇴선언 컴백 예정된 슬픈 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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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그룹 시나위가.은퇴선언'을 발표했다.그렇다면 시나위가 은퇴를한다는 이야긴가.물론 아니다.다음주 시중에 선보일 통산 6집.
블루 베이비'중 대표곡의 제목이.은퇴선언'이라는 이야기다.
신대철 작사.작곡의 이 노래는 현재 젊은 가수들 사이에 퍼져있는.조로(早老) 또는 거짓은퇴 현상'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우리 가요계 중심의 일각을 차지하는 그룹이 가요계의 한 치부를 노래의 형식을 빌려 정식으로 공론화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가사는 실제로 가요계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은퇴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의 장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제 나는 은퇴했었지/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난 눈물흘렸지/나의 연극,너는 관객,나의 연출,너의 동의/멋진 말들로 연설을 했었지/젖은 눈으로 기다림을 약속하면서/슬픈 연극은끝났어 나를 보내야만해.” 하지만 시나위는 이같은 은퇴선언이 끝내는 번복될 것으로 내다본다.요란한 은퇴소동이 궁극적으로는 다음에 이어질 가요계 컴백의 극적 효과를 고조시키기 위한.예정된 수순'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한다.
“너희들의 슬픔이면 나에겐 힘이 돼/기다림에 지칠때면 다시 돌아올거야/너희들의 눈앞으로 오늘 나는 영웅이 되었지/수많은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며 눈물 흘릴테지.”음악을 일생의 업으로 삼아 오랜 기간 음악적 수련을 쌓은 끝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너무 쉽게 성공하고,그 성공을 가다듬지 못해 결국 스스로 은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거품스타'들과 이를 부추기는 가요계의 풍조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시나위가 신곡 발표를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에는“어린 나이에성공을 하고 음악적 역량의 고갈로 인해 사라져가는 한국의 대중음악인들을 비판한 곡.깊이가 없는 음악인들이 쉽게 우상이 되고사라지는 현실을 비판한 곡”이라고 명시돼 있다 .
그렇다면 비판의 대상은 누굴까.최근 가요계를 떠난 가수로는 지난해 1월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은퇴한.서태지와 아이들'이대표적이다.이밖에 표절시비로 물러난 김민종,지난달말 은퇴를 선언한 재미교포 듀엣.아이돌'등이 있다.
하지만 관심의 초점은.은퇴선언'의 가사에도 나오듯 아이들의 영웅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에 모아진다.서태지는 한때 시나위의 멤버로 활동했다.서태지와 아이들 데뷔전인 90년 시나위의 베이시스트로 4집 앨범과 순회공연에 참여했다.따라서 이 노래는 거품과는 차원이 달랐던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아쉬움으로도 해석된다. 신대철은.한국 록의 아버지'신중현의 장남.신중현의 활동40주년을 맞아 그의 음악세계가 다양하게 조명되는 시점에서 발표된 이 노래는 신대철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일단을 비추고 있기도 하다.올해 60대에 들어선 신중현은 지금도 방 랑시인 김삿갓의 시편에 곡을 붙이고 있다.
〈예영준 기자〉 그룹 시나위는 신곡.은퇴선언'을 통해 갑자기등장했다 사라지는 젊은 가수들의 조로현상과 이를 부추기는 스타시스템을 맹렬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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