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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174cm 이현민, 222cm 하승진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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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m74㎝의 프로농구 최단신 이현민(LG)이 2m22㎝의 하승진(KCC)을 앞에 두고 레이업 슛을 하고 있다. [창원=뉴시스]

1m74cm 프로농구 최단신 선수 이현민이 자신보다 48cm나 큰 2m22cm의 최장신 하승진을 이겼다. 프로농구 LG는 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8~2009 프로농구에서 연장 접전 끝에 KCC에 90-88로 짜릿한 승리를 뽑아냈다. 승리한 LG는 4연승을 내달렸다. 또 8승6패로 공동 4위로 치고 올라갔다.

이현민은 이날 KCC전에서 18점(8어시스트)을 몰아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이현민은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재현했다. 1쿼터 하승진이 나오자마자 그를 앞에 두고 과감한 레이업슛을 시도했다. 하승진이 블록슛을 시도했지만 이현민이 4m 이상 올려 놓은 공은 하승진의 키를 훌쩍 넘어 백 보드를 때린 후 바로 골망으로 빨려들어갔다. 하승진이 머쓱한 순간이었다.

프로농구 최고 선수들도 하지 못하는 과감한 플레이를 이현민이 성공시킨 것이다. 이현민이 과감할 수 있는 것은 ‘잡초’이기 때문이다. 못 넣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국프로농구(NBA)를 경험한 하승진과 대비되는 점이다. 신선우 전 LG 감독이 지난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를 뽑을 때만 해도 이현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경희대 3학년 때는 심각하게 농구선수 은퇴를 고민했다. 기량은 있지만 작은 키로 인해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운동이 끝난 밤 12시 학교 체육관을 찾아 새벽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이런 노력을 높이 산 신선우 감독이 2006년 전체 3순위로 그를 프로농구에 데뷔시켰다.

이날 이현민은 바쁘게 움직였다. 79-81로 뒤지고 있던 4쿼터 종료 2.7초 전에는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전에서 시원한 3점슛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도왔다.

반면 하승진은 최악이었다. 승부처였던 연장전에서 연속 4개의 자유투를 얻었지만 하나도 넣지 못했다. 하나라도 성공시켰다면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28분간 뛰며 고작 2점(9리바운드)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날 경기로만 보면 이현민은 골리앗의 심장을, 하승진은 다윗의 심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창원=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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