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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의 영어 말하기 A to Z] 즉흥적인 대화 연습으로 순발력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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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들은 단어와 구문뿐 아니라 반드시 즉흥적으로 말해보는 회화 연습을 해야 한다. 중학교 영어교과서에 나오는 영어대화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오랜 시간 누구나 대화를 유지할 단어는 충분히 아는 셈이다. 대화 파트너가 원어민이 아니더라도 즉흥적인 대화 연습을 해볼 수 있다. 영어로 하는 게 불편하면 우선 한국어라도 부모나 교사와 함께 말해보면 임기응변의 대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즉흥적으로 연속적인 사건을 만드는 연습을 하려면 ‘Fortunately(운 좋게도)’, ‘Unfortunately(불행히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교대로 주고받는 대화를 하면 좋다. 부모나 교사가 첫 문장을 제시한 후 한 사람이 ‘Fortunately’로 시작하는 문장을 말하고 반대편은 ‘Unfortunately’로 시작하는 문장을 말한다. 반전도 많은 편이라 누구든 재미나게 할 수 있다. 예시 문장을 살펴보자.

Yesterday, I had a headache.

1번: Fortunately, I didn’t go to school. I was at home.

2번: Unfortunately, there was homework.

영어 문장을 곧잘 만드는 학생이라면 ‘방해꾼(Interrupter) 대화 연습’도 즐겁다. 한 학생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다른 학생이 그 이야기와 상관없는 엉뚱한 단어로 계속 방해를 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방해꾼이 말하는 단어와 연결시켜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눈사람 만드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옆 학생이 ‘(Do you like) swimming?’이라고 엉뚱한 말로 물으면 눈사람을 만들다 너무 땀이 많이 나고 더워서 수영을 하러 갔다고 대화를 연결해야 한다.

즉흥적인 영어 말하기 연습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에게 가장 적합하다. 논리적이지 못하고 겉도는 대화를 자주 하지만, 대화에 재미와 열정이 가득할 때이기 때문이다. 모국어로서 즉흥적인 대화 기술은 이때 많이 습득한다. 즉흥적이고 재미난 대화 연습을 통해 우뇌를 개발시키고, 스토리텔링 연습으로 즉흥적이면서 논리적인 말하기 기술을 연습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발표와 토론 연습을 통해 좌뇌를 개발시키는 게 바람직한 학습 순서다.

다소 논리가 맞지 않고 엉뚱한 얘기라도 낄낄대며 주고받는 즉흥적인 대화 연습이 필요하다. 이때 완벽한 문장으로 자꾸 말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말 차례만 자주 바꿔주면 된다. 한 단어로 대화하는 연습을 하면 말이 통한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즐거워한다. 한 단어로 말하다 한 문장으로 말해보게 한다. 하지만 문장이 완성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해줘야 한다. ‘Watch that? → It’s funny → But, much homework! → Yes, angry mom → So turn off TV? → study, study.’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더라도 영어를 망친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글과 말은 다르다. 글은 잘 읽고 써도 유난히 말하기에 부담을 갖는 어린이들이 있다. 그런 학생은 글 따로, 말 따로 배워야 한다. 글만 계속 배우면 말은 저절로 잘하는 것이 아니다.

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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