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글한국어>4.소홀한 음성언어 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우리나라 국어정책은 광복이후 50년이 넘도록 국어 문자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즉 한글전용이냐,국한문 혼용이냐 하는 양극단의 주장과 논리 사이에서 혼돈을 겪는 그런 국어정책이었다. 문자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갖지만 언어행위라는 측면에서 보면 음성언어인 말의 보조수단에 불과한 것이다.지금까지는 음성언어학적인 측면에서 국어의 발전을 논의하는 건설적인 정책결정 과정없이 어떤 문자를 사용하느냐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국어정책 결정에 악영향을 끼쳐왔다.신문.방송도 그 영향을 받아1년에 딱 한번 한글날 정도에만 국어문자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였을 뿐 언어 전반의 순화와 미화를 위한 교육과 계도는미흡한채 흘러오고 있다. 언어생활을 분류하면.말하기'.듣기'.읽기'.쓰기'등 넷으로 구분할 수 있다.미국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언어생활은 쓰기가 9%,읽기가 35%,말하기가 35%,듣기가 40%로 말하고 듣기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그럼에도 우리 교육에서 낭 독법에 대한교육은 대단히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컴퓨터와 뉴미디어가 선도하는 정보화 시대에서는 문자언어보다 음성언어가 대단히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컴퓨터가 말을 알아듣고 말을 만들어내는 시대,전자기기와 인간이 대화를 나누는 시대,외국인과의 대화를 자동으로 즉시 통역해 주는 통역기시대는 표준화된 음성언어의 필요성이 절실해질 것이다.이제 우리의 국어정책과 국어교육도 바로 닥쳐올 이와 같은 전자기기와의 대화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어교육의 일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우리나라국어교육은 대학입시에 맞춰 문헌 위주의 교육으로 정보의 이해에초점을 맞춰 이뤄져왔다.그나마 90년대 들어 초등학교에선 말하기.듣기 교육의 일환으로 표준발음법을 가르치는 등 음성언어 교육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국어는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생활국어나 현실의 언어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과목이 설정되지 않고 있다.대학에서의 국어도 우리말의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어문규정이나 화법,언어예절등의 살아있는 국 어교육으로 우리말 지도자의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올해부터는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 한국어가 선택과목으로 채택될 예정이다.우리 한국어도 영어의 토익.토플 형태의 시험처럼 발음.억양.화법등이 중시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한국어도 정확한 발음,알맞은 크기,적절한 속도등의 조건을 갖춘다면 세계화에 걸맞은 아름다운 말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KBS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김상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