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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선택이 남북 최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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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은 남북 육로 통행 차단 조치를 하루 앞둔 30일 불순 선전물 반입 차단 조치를 통보했다.

북한은 동·서해지구 군사 실무책임자 명의로 “1일부터 불순 선전물·출판물·전자매체를 들여오거나 통관 질서를 어기는 인원·차량은 출입을 차단하고 되돌려 보낸다”는 전통문을 보냈다. 어떤 내용이 불순한지는 북한이 판단하는 만큼 사실상 남한 신문·잡지 등을 지니고선 북한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에 남한 신문이 반입됐지만 1일부터는 이도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북한이 1일 개성공단을 제외한 육로 통행과 남북 접촉의 문을 걸어 닫으면서 남북관계는 기로에 섰다. 때문에 향후 남북 관계는 차기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불거진 북한 내부 상황, 정부의 대북 접근법 변화 여부에 따라 향방이 결정되는 안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오바마로 쏠린 남북=단절 일로를 걷고 있는 남과 북은 이제 모두 미국을 주목하게 됐다. ‘대화’와 ‘철저한 검증’을 동시에 언급한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선택에 따라 남북 관계는 결정적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북한은 북·미 대화가 활성화될 경우 ‘대남 배제, 대미 올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미 관계 개선은 중국을 자극해 중국의 대북 유대를 확대하는 계기로도 나타날 수 있다”며 북·미 대화가 동북아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북핵 공조를 통해 통미봉남을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정일의 건강상태도 변수=북한은 30일 김 위원장이 공군 1016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신의주 방문 보도 이후 6일 만으로 건재 과시용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대남 차단 조치에는 북한이 김 위원장 건강 이상 속에 남한발 개방 바람을 차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작용했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부가 불안할수록 북한은 문을 걸어 잠그고 바깥의 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다시 확산될 경우 북한은 대남 차단 수준을 넘어 한반도 위기 조성 전략으로 맞대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의 대북 접근법은=현재 정부의 기조는 ‘기다린다’에 방점이 가 있다. “지금 북한에 뭔가를 제의해도 북한은 받아주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다고 대북 정책 기조를 급전환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경우에 따라선 내부로부턴 일관성 부재라는 비판을, 또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살피고 있는 북한으로부터도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북·미 관계 변화에 맞춰 ‘비핵화 최우선’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접근법에선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중재로 남북 접촉이 이뤄질 수 있는 데다 내년 초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외교안보팀 개각 등을 통해 북한에 우회적으로 대화 신호를 줄 가능성도 언급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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