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띔! 문화 내비게이션] 소극장 뮤지컬, 바로 이 맛이로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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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뮤지컬 ‘카페인’

오랜만에 만난 수작입니다. 대형 창작 뮤지컬이 줄줄이 실패하는 가운데, 이런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있다는 건 위안입니다. 그리고 희망입니다. 뮤지컬 ‘카페인’엔 딱 두 명의 남녀만 등장합니다. 남자는 소믈리에, 여자는 바리스타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의 주인공들이죠.

카페가 있습니다. 낮엔 커피를 팔고, 오후 6시가 넘으면 와인을 팝니다. 둘은 같은 공간에서 만날 듯 엇갈립니다. 툭탁거리는 다툼과 남자의 바람기, 여자의 판타지가 교차합니다. 그래서 사실 스토리 전개는 조금 뻔합니다. 결말도 예측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이 뮤지컬이 돋보이는 건 ‘세련됨’ 때문입니다. 관객의 웃음보를 건드리기 위한 과장된 액션, 슬랩스틱 코미디, 유행어의 남발, 어설픈 개인기 등이 없습니다. “유머에도 퀄리티가 있다”고 작심한 듯 보입니다.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웃음에 객석엔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3년 전 ‘뮤직 인 마이 하트’이후 다소 주춤했던 성재준씨의 감각적인 연출이 제대로 농축돼 발산됩니다.

음악은 더 멋드러집니다. “이런 게 뮤지컬 음악이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단 한 곡도 어색하지 않고, 모든 노래가 극을 이끕니다. 감히 단언컨대, 뮤지컬팬이라면 결코 놓쳐선 안될 작품입니다.

▶2009년 2월28일까지/대학로 라이브 극장/3만5000원~4만5000원/02-742-9005

공연 담당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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