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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봤습니다] 드라마 보면서 쇼핑·e-메일 “TV가 똑똑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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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메가TV라이브에선 이전에 서비스되던 프리 IPTV와 달리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다. [KT 제공]


같은 날 아침,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손윤정(38)씨는 자녀들이 학교에 가자마자 메가TV라이브를 틀었다. 지상파TV의 아침 드라마를 본 뒤 인터넷 서핑을 즐기다 주문형비디오(VOD) 코너로 가 ‘요가교실’을 선택했다. 그는 “한 시간 남짓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땀이 흠뻑 배어 나와 체육관에서 운동한 효과 못지않다. 따로 돈 들일 필요 없이 집에서 배울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꿈의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인 IPTV가 국민 생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난달 17일 KT가 메가IPTV라이브를 출시한 데 이어 다음 달 말엔 SK브로드밴드, 내년 초엔 LG데이콤이 각각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TV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실시간 시청하는 것은 물론 각종 통신·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똑똑해진 TV, 드라마 결말도 골라=그간 TV는 ‘바보상자’로 불리곤 했다. TV 시청에 빠져 다른 일은 몰라라 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IPTV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TV를 보면서 검색·쇼핑·채팅은 물론 e-메일도 주고받을 수 있다. 인터넷 회선을 통한 양방향 서비스 덕분이다. 드라마 결말도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 메가TV라이브의 양방향 드라마 ‘미스터리 형사’의 경우 결말 고르기는 물론 주인공 테마 음악을 정하는 투표에도 참여한다. 영화 ‘스토리 오브 와인’도 시청자가 세 가지 와인 중 하나를 택하면 그에 맞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입은 의상이나 촬영장소, 배경음악 등을 검색해 관련 물품을 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KT의 이장세 부장은 “양방향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국민의 드라마 시청 패턴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만 종의 VOD를 골라 보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특히 영화·드라마 못지않게 교육 VOD가 인기다. 여섯 살과 네 살인 두 아들을 둔 주부 성현경(33·서울 신사동)씨도 메가TV라이브로 교육용 VOD를 자주 이용한다. 그는 “특히 미취학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며 “TV를 보면서 공부하는 형태이다 보니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손윤정씨도 IPTV를 맞춤 과외교사로 활용하고 있다.

◆복잡한 리모컨, 내년이면 바뀔 것=이처럼 다양한 효용을 지닌 IPTV이지만 “사용이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가입자도 간혹 있다. 기능과 메뉴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오히려 e-메일·검색 등 IPTV의 특징을 살린 서비스는 제대로 이용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성씨만 해도 “TV나 VOD 시청 말고 다른 기능은 써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리모컨 구성이 복잡한 것도 한 이유다. 이에 KT는 물론 SK브로드밴드·LG데이콤도 더 간단한 새 리모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윤 본부장은 “닌텐도 게임기 ‘위’ 전용 리모컨처럼 작은 크기에 손동작 인식도 가능한 제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료 콘텐트가 예상보다 적다는 지적도 있다. 최신 드라마나 영화를 보려면 편당 500 ~ 3500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축구·골프·야구 등 스포츠 생중계 콘텐트도 부족하다. 유명 대회나 리그들은 대부분 특정 방송사와 독점 중계 계약을 맺고 있어 IPTV 서비스 회사가 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KT 측은 “MBC ESPN·SBS 골프 등 주요 케이블TV 스포츠 채널들과 콘텐트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께엔 채널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LG데이콤도 곧 시작=현재 프리IPTV(실시간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TV포털) 서비스를 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도 방송 3사와의 실시간 콘텐트 재전송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SK그룹이 가진 풍부한 미디어 콘텐트로 사용자 선택 폭을 넓히겠다”며 “무의미한 다채널 경쟁 대신 핵심 채널 위주의 효율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데이콤 측도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고, 화면 구성과 양방향 서비스 이용 환경도 단순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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