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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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 니키 마우마우단이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했다.하지만 세상에서는 우리를 살인자로 볼 것이다.우리는 모두 살인 공범자가되었다.그런 면에서 이번 일은 우리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이제 후로 니키 마우마우단에서 탈퇴한다는 것은 곧 자살행위로 간주될 것이다.나머지 단원들은 탈퇴자의 자살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다.그것은 탈퇴자의 괴로움을 덜어주는안락사라고도 할 수 있다.” 기달이 관 바로 앞에 서서 단원들에게 엄숙하게 선포하였다.단원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심각하게 굳어졌다.대명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기색이었다. “옥정이는 어떻게 하지? 비트에서 나가도록 하면 언제 다른 사람들에게 불어버릴지 모르잖아.처치를 하지 않겠다면 감금을 해두는 수밖에 없잖아.” 용태가 옥정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지 볼멘소리를 내었다. “하긴 그래.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당분간 옥정을 지하방에 감금해놓도록 하자.지하방 문짝은 아직도 튼튼하니까 바깥에서자물쇠만 장치하면 되겠지.” “처치를 해버리는게 간단할텐데….” 용태가 기달의 말을 받아들이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괜히 일이 복잡해지는데 대해 불평을 한마디 뱉어놓았다. “지금 데리고 갈까?” 도철이 넋을 놓고 벽에 기대어 있는 옥정을 흘끗 쳐다보았다. “우리들이 비트에 있을 때는 그대로 두고,우리가 모두 바깥으로 나갈 때 그러자니까.” 기달이 보충지시를 하면서 나침반처럼생긴 큼직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어제 발견한 계집애들 아지트로 지금 가봐야 하는데.어떤 계집애들이 들어왔는지 보기로 했잖아.” “맞아.지금 가보자.어제그 초록 팬티 임자가 누군지 알아봐야겠어.” 용태가 그 팬티만생각하면 흥분이 되는지 숨을 몰아쉬며 앞장을 서려고 하였다. “옥정이는 어쩌지? 지하방에 자물쇠도 아직 장치하지 않았으니대명이 네가 비트에 남아 옥정을 감시하고 있어.다른 데로 안 가도록 말이야.” 대명은 기달의 지시를 듣고 시체가 들어 있는관과 함께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꺼려지는지 무섬증이 어린눈길로 까만 관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아,알았어.내가 옥정을 맡고 있을게.다녀들 와.계집애들한테당하지나 말고.요즘 계집애들 물불 안 가린다니까.” 글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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