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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경제팀 3인방 배출한 리버럴 싱크탱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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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28면

무슨 모임이었을까. 바로 워싱턴 ‘30인위원회(G30·Group of Thirty)’의 회원 모임이었다. 위원회는 홈페이지(www.group30.org)를 통해 ‘글로벌 경제리더들의 모임’이라 밝히고 있다. 실제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일본·유럽·인도·이스라엘·아랍·남미의 장·차관급 경제정책 담당자와 민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IMF 연차총회가 열리는 시기에 주로 워싱턴에서 모인다. 위원회는 국적과 정파, 경제적 이익으로부터 독립된 조직임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자유롭게 세계 금융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공유하는 모임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30인위원회’그 정체는

비판자들은 ‘세계 금융 실세들의 비밀 사교 모임’이라고 부른다. 대화 내용이 전혀 기록되지 않고 회원이 아니면 초대장이 있어야 그 모임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파 칼럼니스트인 클리프 킨카이오 미디어문제연구소(AIM) 소장은 ‘리버럴(미 개혁주의)의 그림자 조직’이라고 불렀다. 위원회 후원자 명단에 민주당 쪽에 가까운 헤지펀드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가 올라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또 다른 인재풀
30인위원회는 그동안 미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갑자기 유명해진 것은 지난 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신설한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의 초대 위원장에 폴 볼커 FRB 전 의장을 임명할 때다. 30인위원회 이사회(후원회) 이사장인 볼커가 ERAB 위원장에 오르자 오바마 경제팀의 핵심 3인은 모두 30인위원회 멤버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와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차기 의장은 30인위원회 핵심 회원이다. 범 오바마 진영의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얼굴도 보인다. 그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오바마 경제공약과 30인위원회의 정책 제안이 서로 닮은꼴이라는 사실이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위원회 산하에는 금융법규 개혁을 연구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실무그룹이 포진해 있다. 볼커가 이끄는 실무그룹은 대학교수급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 이름으로 발표되는 정책 대안이 실질적으로 만들어지는 곳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1월 금융위기 대처 방안이다. 그들은 ▶모기지 연체자 집단 워크아웃 ▶금융감독기구 통합과 금융시장 법규 개혁 ▶일반 기업에 대한 중앙은행 자금 지원 ▶국제 교역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이 제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오바마의 공약과 같거나 비슷하다. 볼커가 미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오바마의 경제 공약을 다듬는 데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0인위원회 회원과 후원자를 보면 민간 금융회사와 경제정책 당국의 유착 가능성이 엿보인다. 제럴드 코리건(뉴욕 연방준비은행 전 총재) 골드먼삭스 전무, 앤드루 크로켓 JP모건체이스 사장이 정회원이다. 게다가 두 차례에 걸쳐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보험회사 AIG와 지난 9월 파산한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역시 많은 돈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이 서로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정책 대안을 내놓는다면 그 정책에는 월스트리트 이익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30인위원회를 유대인들의 외곽 조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랍 쪽 회원이 있기는 하지만 출생이나 현재 직책 등에 비춰 유대계 인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 인물을 꼽는다면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다. 그는 세계은행 부총재와 IMF 이사 등을 지낸 뒤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로 영입됐다. 미국에서 성공한 뒤 이스라엘에 금의환향한 유대인인 셈이다.

中·日의 오바마 접근 통로
중국과 일본·이스라엘 등은 요즘 국제정치 무대에 낯선 오바마 당선인과 커넥션을 만들 필요를 느끼고 있다. 직·간접적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30인위원회다. 중국과 일본은 위원회 멤버를 한 명씩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고, 일본은 야마구치 유타카 일본은행 전 부총재다.
일본은 또 다른 채널을 갖고 있다. 미·일 친선 조직인 뉴욕 재팬소사이어티(Japan Society)다. 1907년에 설립된 이 모임의 종신 이사가 바로 30인위원회의 이사회 의장인 볼커다. 일본은 오바마의 무역과 외교정책을 미리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비공식적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 총재나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인위원회에 초대받지 못했다.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작은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싱가포르 등의 인사가 참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0인위원회의 볼커 이사장과 연줄이 닿는 인물이 있긴 하다. 미국 인적 네트워크 조사기관인 머케티(Muckety)에 따르면 볼커가 의장으로 있는 미 대외관계협의회 산하 ‘트리래터럴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의 회원 명단에 2003~2005년 주미대사를 지낸 한승주 전 고려대 교수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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