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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공항 마비 사태 장기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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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태국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28일(현지시간)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전투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조망 뒤에 서서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시위대의 돈므앙과 수완나품 공항 점거로 방콕으로 오가는 항공편은 마비 상태다. [방콕 AP=연합뉴스]

솜차이 웡사왓 태국 총리가 군부 쿠데타 우려로 수도 방콕 귀환을 무기한 연기했다. 태국 정부는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수완나품과 돈므앙 두 공항에 대해 27일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군부의 눈치를 보며 무력 동원을 꺼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위대에 우호적 보도를 해왔던 방송국이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방송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총리, 치앙마이 머물러=수파랏 낙분남 정부 대변인은 28일 “정부와 군부 사이에 긴장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솜차이 총리가 안전을 위해 무기한 치앙마이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방콕에서 북서쪽으로 570㎞ 떨어진 치앙마이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고향이어서 탁신 매제인 솜차이 총리 정부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솜차이 총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뒤 26일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한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피해 치앙마이 군부대 비행장으로 입국했다.

◆주요 건물 주변 탱크·장갑차 배치=태국 정부는 두 공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도 경찰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시위대는 “솜차이 총리가 물러나지 않는 한 공항 점거를 풀지 않겠다”며 강경 분위기다. 이에 따라 반정부 시위대의 공항 점거 농성 사태와 항공기 운항 차질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출라롱콘 대학 파니탄 와타나야곤(정치학) 교수는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면 군은 유혈사태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병력을 개입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군부는 방콕 시내 NBT방송국 등 주요 건물 주변에 탱크·장갑차를 배치했다. 이에 대해 산선 카에우캄넛 군부 대변인은 “사관생도들을 위한 교육용”이라고 해명하며 쿠데타 소문을 부인했다. 그러나 태국 영자지 네이션은 28일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 참모총장이 솜차이 총리에게 최후 통첩을 했다”고 전하며 쿠데타 가능성을 제기했다. 쿠데타 소문은 솜차이 총리가 자신의 퇴진을 건의했던 아누퐁 총장을 경질할 것을 고려 중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확산됐다. 이와 함께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두 공항에 군 대신 경찰을 배치한 것은 아누퐁 총장이 군 동원을 거부할 가능성까지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방송국 피격=28일 방콕 중심가의 위성TV 방송국인 ASTV에 괴한들이 들어와 수류탄과 권총을 난사했다. 네이션지 인터넷판에 따르면 괴한들이 이날 오전 2시쯤 ASTV가 있는 프라아팃 거리에 나타나 수류탄 2발을 던졌다. 수류탄은 방송 송출 장치를 보호하기 위한 그물망에 맞고 튕겨 나가 ASTV 본부 사무실이 있는 4층과 3층에서 폭발했다. 이 폭발로 아나운서 1명이 다치고 방송이 10분간 중단됐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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