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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자연선택 vs 다수준선택, 현대 진화론 맞짱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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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대의 대표적인 진화론 학자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6일간 토론회를 벌인다는 형식을 띤 팩션이다.

진화론은 현대 과학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와 첨예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분야로서 크게 보아 두 개의 진영으로 갈려있다. 주류는 옥스퍼드대의 리처드 도킨스를 필두로 한 유전자 선택론자들이다. 자연선택은 유전자 단위에서 이뤄지며 이것으로 진화의 주요 국면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맞선 야당 진영은 하버드 대의 스티븐 제이 굴드를 필두로 한 다수준 선택론자들이다. 이들은 자연선택이 개체, 집단 등의 여러 수준에서 동시에 이뤄진다는 입장을 취한다. 양 진영 사이에는 수많은 쟁점이 있다. 진화가 이기적인 유전자들간의 게임에 불과하다면 이타적 행동은 어떻게 진화한 것인가. 즉, 이타주의는 유전자 이기주의로 모두 환원될 수 있는가. 진화라는 개념 자체는 어떤가. 좀 더 복잡한 적응도를 갖는 상위 수준으로의 변화인가 단지 환경에 적응하는 유전자 풀의 변이에 불과한가.

이 책은 이처럼 진화론 내부의 대립하는 학설들을 토론에서 정면 충돌시킨 뒤 저자가 총평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토론자들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고 재미있는 일화도 중간 중간 섞여있다. 진화론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갖춘 독자라면 이해력과 분석력을 키우는 지적 탐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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