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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음악의 서태지 … 떴다 ‘장교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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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디계의 서태지-.’

독특한 창법과 직설적 가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밴드 ‘장기하(맨 왼쪽)와 얼굴들’. 선글래스를 쓰고 있는 이들은 코러스팀 ‘미미 시스터즈’. [붕가붕가 레코드 제공]

6인조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 장기하(26)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등의 노래로 무대와 인터넷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직설적인 가사와 복고적인 창법, 중독성 강한 퍼포먼스로 인터넷에서는 아예 ‘장 교주’로 통한다. 그를 27일 오후 서울 홍익대 인근 기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원룸에 가까운 사무실은 ‘싸구려 커피’의 가사(‘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눅눅한 비닐 장판’)처럼 추레하지는 않았지만, 그리 잘 정돈돼 있지도 않았다. 방 한구석에 CD를 굽고, 포장하고, 비닐로 싸는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가내 수공업 형태로 CD를 만든다. 손님 대접이라며 그가 내민 음료는 기대했던 ‘싸구려 커피’가 아닌, ‘김 빠진 콜라’. 그러고 보니 김 빠진 콜라도 노래 가사에 등장한다.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10월 초 쌈지사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유명세를 탔어요. 5월 발매한 첫 싱글앨범이 불티나게 팔려 누적 판매량이 5000장을 넘죠. 대형 음반매장에서도 주문이 들어와요. 얼마 전에는 홍대를 벗어나 첫 지방 공연도 했습니다.”

그는 페스티벌 무대에서 선글래스와 가발로 치장한 댄서 겸 코러스팀 ‘미미 시스터즈’와 함께 양팔을 위 아래로 휘저으며 무대를 농락했다. 이 퍼포먼스는 인터넷의 인기 동영상으로 떠올랐고, 이를 패러디한 각종 UCC(사용자제작 콘텐트)가 만들어졌다.

노래의 의미를 두고도, 인터넷에서는 ‘성적인 은유다’ ‘혁명을 선동한다’ 등 온갖 해석이 분분하다.

“나름 진지하게 만든 안무인데, 사람들은 즐거워해요. 덕분에 ‘미미 시스터즈’가 저 못지 않은 스타가 됐어요. 하나의 독립적인 아이콘이 된 거죠. 노래의 의미는 해석이 분분한 상태로 두고 싶어요. 밝히면 재미없잖아요.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미미 시스터즈’가 매력적인 것처럼 말이죠.”

올 여름 서울대 사회학과를 8년 만에 졸업한 그는 멤버 전원이 서울대 출신인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에서 드러머로 활동하다가, 어쿠스틱한 포크 음악을 하고 싶어 5월 자신의 밴드를 만들었다.

2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그는 세상을 달관한 듯한, 허무하고 관조적인 정서를 노래에 담는다. ‘벌써 꽉 차있는 벽장 속 제습제’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좀처럼 빠져나올 줄 모르는 치석’ 등의 가사는 솔직하다 못해 불편하기까지 한 남루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허무한 감정이 주기적으로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때 방에 누워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만들죠. 그 느낌을 ‘뭐 그냥 그렇구만’하는 어투로 솔직하게 표현할 뿐이죠. ‘허무해서 죽을 것 같다’는 절규형 노래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의 창법은 송창식, 이장희의 노래를 듣는 듯 구수하다. 마치 70, 80년대 선배 가수들에 대한 오마주라도 되는 듯.

“산울림·송골매·신중현·송창식·정태춘 등 선배들처럼 우리말의 질감을 살리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가 노래방 애창곡이고, 요즘은 이장희의 ‘그건 너’를 다시 듣고 있습니다. 내년 2월 발매될 첫 정규앨범도 지금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에요.”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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