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파문>수사 스케치-비밀통로로 조사실 직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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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보수사 9일째에 접어든 대검중수부는 4일 전.현직 시중은행장 3명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대출금의 정확한 사용처를 파악키위해 제2금융권에 개설된 가.차명 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준비하는등 검찰주변에는 하루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돌 았다. …최병국(崔炳國)대검 중수부장은 은행장들의 소환배경에 대해“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아무런단서없이 은행장을 마구 부를 수는 없다”고 밝혀 이미 한보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했음을 시사. 崔부장은 이어“다른 4명의 은행장들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반드시 불러 자기변명이라도 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해이들도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 그는 이날 소환된 행장들의 귀가가능성에 대해 마치 농담인듯“돌아가기는 어딜 가”라고 말한 뒤“필요하다면 중수부 1.2과 모두 투입할 생각”이라며 총력전 태세임을 공개. …신광식(申光湜)제일은행장은 4일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아놓고도 가족과 비서실은 물론 임원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 오전9시부터 정례 이사회를 주재한 뒤 9시30분쯤 회의를 끝낸 뒤검찰로 직행. 한 임원은“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재정경제원등은 은행을 이 지경에 빠뜨리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만 하고 있느냐”며 묘한 의미의 불만을 표시해 눈길. 우찬목(禹贊穆)조흥은행장도 정기 이사회를 주재하다 9시40분쯤 서초동 검찰청사로 출발. 금융계에서는 검찰 조사 초기부터 나돌던.2+2'(전직행장 2명과 현직 2명이 구속될 것이라는 의미)소문이 굳혀지는게 아니냐며 검찰의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검찰이 곧 정부관계자들을 소환할 것으로 전해지자 주무부처인재정경제원도 잔뜩 긴장하는 모습. 일부 언론에서 재경원 관리가 소환됐다는 보도가 나가자 재경원은 지난달말 금융정책실 사무관이 외화 대출한도를 배정하는 방법을 검찰에 설명한 것밖에 없다며 강력 부인. …신광식 제일은행장.우찬목 조흥은행장.이형구(李炯九)전산업은행총재는 이날 오전10시20분을 전후해 대검청사에 도착. 이들은 검찰청사 1층 로비 출입구 대신 지하차고등.비밀통로'를 통해 청사 11층 조사실로 직행,청사 로비에 진을 치고 있던 사진기자들이“은행장이면 공인인데 왜 출두 모습을 감추느냐”며 강하게 항의. …검찰이 4일 鄭총회장을 비롯해 31명 명의의 은행계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음에 따라 비자금 규모및 내역등에 대한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임을 암시. 특히 검찰관계자는“비자금을 어느정도 파악한 상태나 적법 절차를 준수한다는 차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고 보면 된다”고밝혀 鄭총회장의 비자금 내역및 살포 대상자 명단 확보에 상당한진척이 있음을 시사했다. …평소 근무시간인 오후5시를 넘기면 퇴근하는 여유를 보이던 崔중수부장은 전.현직 은행장 3명이 소환된 4일엔 근처에서 회식을 한뒤 오후8시쯤 다시 청사에 들어와 수사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분위기. <고현곤.김동호.김정욱 기자> 한보사건 수사착수 8일째인 3일 밤 대검찰청에서 검찰 수사관으로 보이는 한 직원이 당진제철소에서 올라온 사과상자 5개에 담긴 관련서류들을 엘리베이터에 싣고 조사실로 올라가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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