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佛대역시집 "흔들림에 대하여" 펴낸 서승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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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나는 한 언어는 자기네 마을의 역사와는 또다른 역사들을 수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사랑한다.내가 애지중지하는 나의 모국어가 이방인들의 입술에 의해 자식처럼,또한 어머니처럼 받아들여져 세상의 모든 전설로 확대돼 나간다는 생각 을 사랑한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내 모국어 불어의 정원을 아주 확실한취향을 가지고 서슴없이 유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아주 놀랐다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다니엘 롱도가 최근 출간된 한불대역시집.흔들림에 대하여'(동학사刊)에 써준 서문 한부분이다.불어의 정원을 확실한 취향을 가지고 유랑하는 시,그러면서 불어에 이방인들의 전설을 불어넣고 있는 시로 모국어 작가를 매혹시킨 .그녀'는 서승석씨다. 산업사회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는 서씨는 파리 소르본대에서 불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서씨는 파리에서의 12년간 유학생활을.유배생활'이라 표현하며 그 긴 세월동안 쌓였던 어둠을 떨어내기 위해 밤마다 램프의 심지를 돋워 30편의 시를 모국어와불어로 함께 썼다. .칭기즈칸의 피를 이어받았는가/지칠 줄 모르고 구름처럼 떠도는 나그네여/세계를 정복하고 싶은 너의 깊은 꿈은/오늘도 밤으로의 긴 여행을 향해 닻을 올린다//젖줄처럼 너를 키워온 대지의 흙냄새도/발길을 머물게 하는 부질없는 사랑의 유 혹도/산봉우리 걷히는 안개처럼 지워버리고/너는 기어이 떠나가야 하는가'.밤의 끝으로의 여행'일부다.프랑스 독자들은 이 시에서 그들에게 익숙한 말라르메를 읽고가거나 또는 엘리아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시에는 칭기즈칸의 정복욕도 결국은 안개,혹은 밤의 어둠속으로 칠흑같이 소멸돼가는 있고 없음의 변증법,없음으로 해서 다시 있음을 얻는 이방인의 요술같은 변증법이 불어로 된 시에 일어나고 있음에 혹하고 있다. 서씨는 한불대역판을 낸 것은 자신의 시를 읽고 싶어하는 프랑스어권 친구들을 위해서라고 밝힌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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