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韓.대만문제 이성적으로 해결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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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 땅도 우리 조국 땅임에는 틀림이 없다.그렇다면 내 조국땅에다 핵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려는 대만 외교정책에 대해 찬성할 한국인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한민족은대만정부와의 이해관계를 떠나 이성으로 판단하고 해결해야만 득이있다고 본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지난 30여년간의 역사를 보아도 한국민은 일본과 달리 중국민과는.형제지간'이라고들 말해왔다.60년 이후만 보자. 당시 한국은 남과 북으로 갈린채 정치적으로,경제적으로 곤경에처해 있었다.이런 때에 자유중국,즉 대만정부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유학을 가면 학비는 물론 기숙사까지 무료로 제공하면서 생활비로 매달 대만돈 8백원씩을 지불했다.당시는 대 만돈 4백원이면 1개월간 생활이 되던 때였다. 또 국경일이나 나라에 큰 잔치가 있을 때마다 한국 유학생들을초청해 식사대접을 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전국 유명지 학습을 며칠씩이나 무료로 시켜준 그런 정부였다. 모름지기 수천명의 한국학생들이 이러한 우대 속에 대만유학을 하면서 중국어를 익혀 지금 한국 대학 강단에서 중국문화와 중국어를 강의하고 또한 중국대륙과 국교에도 한국화교와 함께 한몫을차지하는 자리에 서있다. 이러한 은인의 나라인 대만 정부에 우리 한국정부는 92년 8월24일 어떤 예우를 해주었는가.국익도 중하고 국교도 중한 것이지만 참으로 이 외교만은 우리 정부가 대만정부에.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다.기회를 만들어 대만 정부와 대만 국민에 양해를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었던 대만정부에 스스로 등을 돌려대는 그런 외교를 했다.이로 인한 대만 국민의마음의 상처는 손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미국 속담에도.한번의 잘못은 백번 잘한 것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이번 대만 핵폐기물 사태를 보면서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은 백번 잘할 생각은커녕 두번 잘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또한 북한에 있는 우리 백성은 생사의 기로에 서있을 만큼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물론 대만정부도 보복외교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한국은 언젠가는 또 다시 대만과 국교가 정상화될 것이다.우리 정부와 대만은 이번 핵 폐기물 처리 사건에서 보다 현명한 판단으로 성숙한 외교를 보여주길 바란다.서광하 美켄터키주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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