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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프로농구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94시즌 미 프로농구(NBA)의 최우수 신인선수상은 밀워키 벅스 팀의 글렌 로빈슨에게 돌아갔다.다음해의 연봉협상에서 로빈슨은 향후 13년간의 계약금으로 무려 1억달러(약 8백50억원)를 구단측에 제시했다.그 액수는 당시 인기절정의 마이클 조던이 여러해에 걸쳐 받은 총액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다.더욱 기가 찰 일은 당시 구단의 가치가 1억달러를 약간 상회할 정도였다는 점이다.그때 구단주는 울상을 지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이런 소릴 했다고 전한다. “차라리 자네가 이 구단을 사가게.그럼 난 자네 밑에서 그저봉급이나 받으며 살아가겠네.그게 서로가 마음 편하지 않겠나.”협상이 어떻게 결론지어졌는지 후문을 듣지는 못했으나 로빈슨이 그후 NBA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걸 보면 그의 요구는허풍이었을 수도 있다.이것이 프로농구의 세계다.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부풀려 최고의 몸값을 받아내려 하고,구단은 어떻게든 선수의 가치를 평가절하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려 한다.그래서 구단과 선수간에는 고양이와 쥐의 입장이 수시로 바뀐다. 이처럼 프로농구를 흥행화.쇼화하는 여러 사례들이 스포츠를 벗어난 비현실적인 세계로 몰아넣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막상 NBA는 농구를 2000년까지는 확고부동한 세계 최고의 스포츠로 올려놓는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우선“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수 있는.패스트 푸드'처럼 만들겠다”는 그네들의 전략은 전세계곳곳에서 착착 맞아떨어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농구의 출범도 NBA의 입장에서 보면 프로농구 세계화의 한 과정에 불과할는지 모른다.무엇 보다 개막 이틀간의경기가 미국 출신 용병(傭兵)들의 잔치였다는 점이다.매경기 한팀 2명씩의 용병선수들이 모두 주전으로 출전해 팀마다 총득점의절반 이상을 얻은 것이다. 이제 출발점이니 선수들간에 손발이 맞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이러다간 우리 선수들이 들러리쯤으로 전락하지나 않을는지 착잡한기분이다.승부에만 집착해 너무 용병선수들에 의존하는게 아닌지 생각해 볼만하다.앞으로 몇년후 로빈슨 같은 선수 가 나타나 구단의 가치와 맞먹는 돈을 내라고 떼를 쓰면 어쩔 것인지 은근히걱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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