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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파문>꼬리무는 10대 의혹 중간점검-의혹 1~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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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보철강 부도사태 열흘째.뒤늦게 검찰수사가 시작됐으나 하도 엄청나고 수많은 의혹들이 뒤범벅이어서 갈피잡기가 어려울 지경이다.제기되고 있는 10가지 의혹들을 모아 중간점검해 본다. ***의혹1 외압시비가 왜 증폭되고 있는가=첫째 이유는 한보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전력(前歷)탓이다. 수서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늘 정치인이나 정부고위층의 힘을 교묘히 동원해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한두푼이면 몰라도 수조원의 은행융자를 거침없이 받 아왔다는 것은 사업성 검토 여부를 떠나 그를 적극적으로 밀어준 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신용을 쌓은 기업인도 불가능한 법인데 금융가의 경계인물이었던 鄭씨가 그많은 돈을 끌어 썼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외압 여부에 대해 관련 은행장들은 부인하고 있으나 여러 임원들과 실무자들을 통해“외압이 분명히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다.누가 압력을 넣었는지,유명 정치인들의 이름까지 여기 저기서 거명되고 있긴 하나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보 도를 자제하고 있는 상태.검찰 수사가 얼마나 이 부분을 캐낼지 주목거리다***의혹2 청와대는 언제부터,어떻게 개입했나=한보가 자금사정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작년 봄부터 정보근(鄭譜根)회장이 청와대수석실을 두세차례 찾아갔고,이때부터 내부 검토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본격적으로 청와대가 직접 한보 부도를 막아주기 위해 나선 것은 작년 12월부터다.자금난이 극심해지자 경제수석 주도로 한보대책이 진행돼 직접 나서서 구제금융여부등을 결정했다.기본지침을은행감독원에 내렸고 부도설 속에 어음결제가 몰려들자관련 금융기관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은.압력'이 아닌.정책의 선택문제'라고해명했다.대형부도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보통 정치적 외압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통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가운데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비리 여부를 떠나 막판에 몰린 한보문제의 교통정리를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한 것은 분명하다.***의혹3 왜 부도를 냈나=은행들은 지난해말 4천억원,올들어도 다시1천2백억원을 긴급 지원해놓고도 부도를 냈다.이걸 봐도정부는한보철강을 부도처리할 생각이 작년말까지만 해도 없었음을 알 수있다.청와대 판단은 어떻게 해서라도 당진제철소를 완공시킬때까지 부도를 안 낸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었다.단 특혜시비를 염려해 정태수씨의 경영권을 포기시킨다는 조건이 붙었다. 우여곡절 끝에 鄭씨가 정부요구에 응하겠다고 약속해 .부도 없는 은행관리'가 거의 확정적이었다.그러나 그날 오후 鄭씨가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이 시나리오가 어그러졌다.청와대 계획으로는부도를 내도 설을 지낸 다음에 내자는 것이었으나 사태가 악화되는 바람에 앞당겨진 것이다. 부도처리한 1월23일 오전만 해도 정부실무자들 사이에는“정태수씨에게서 한보를 뺏자는 것인지 도와주자는 것인지를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모호한 부문이 많았으나 鄭씨의 심경 변화로 인해 오히려 부도처리라는 외길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의혹4 채권은행장들 스스로 구제금융을 결정한 것인가=그렇진 않다.지난해 4천억원 구제금융을 결정할때만 해도 4개은행장들 사이에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지금은 부인하지만 조흥은행장등은 협조융자를 못하겠다고 버텼다.그러나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고 하는 수 없이 참여했다.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정부의 정책판단에서든,외압이었든간에 은행이 알아서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외압의 실체는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있었다는 사실은여러모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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